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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연주 칼럼] 조중동 방송의 운명

등록 2011-12-04 19:25수정 2018-05-11 15:43

정연주 언론인
정연주 언론인
결국 탄생했다. 수구세력이야 제 편 방송이 네 개나 더 생겼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방송과 언론, 사회 전체에 이런 재앙이 있을까 싶다. 광고시장, 방송 콘텐츠, 언론 토양과 여론 다양성은 산불 지나간 뒤의 폐허처럼 되어간다.

종편 방송 첫날의 몇 가지 ‘사건’들은 종편의 앞날과 운명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첫째, 미국의 폭스채널 같은 정치적 편향성과 일방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일제히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특히 조선 종편은 인터뷰 화면에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커다란 자막을 내보냈다. 한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자막 사건’이다. 이 사건은 네 개의 수구신문에 종편 채널을 준 배경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준다. 다시는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문과 방송을 완벽하게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둘째, ‘강호동 야쿠자 모임 참석’ ‘김연아 앵커’ 사건이다. 전형적인 상업적 선정주의다. 종편이 앞으로 어떤 극심한 선정성을 보일지 그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가 “앵커 기용설 어이없다”는 제목의 언론보도문을 발표했겠는가. 시청률 경쟁뿐 아니라 종편 방송들의 연예오락 프로그램 과잉도 선정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셋째는 이런 선정성과 정치적 편향성, 약탈적 광고행위를 더욱 격심하게 부채질하게 될 사건이다. 다름 아닌 ‘참담한 시청률’이다. 첫 방송을 한다고 온갖 요란을 다 떨었는데, 첫날 시청률은 형편없었다. 1일 평균 시청률이 중앙 종편 0.66%, 조선 종편 0.49%, 동아 종편 0.37%, 매경 종편 0.31%였다.

다른 케이블채널과 비교해 보면 종편 수준이 짐작이 된다. 12월2일 케이블채널의 1위는 보도채널 <와이티엔>(YTN)의 0.85%다. 이어 <엠비시 드라마넷> 0.65%, <케이비에스 드라마> 0.58%, <에스비에스 플러스> 0.57%, 영화채널 <오시엔>(OCN) 0.57%, 만화채널 <투니버스> 0.51%, <채널 씨지브이(CGV)> 0.51%, <코미디 티브이> 0.46% 등의 순으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종편 시청률은 만화나 코미디 케이블채널 수준이다. 의무 재전송에다 황금채널 배정 등 온갖 특혜를 다 받고도 이 정도였으니, 지금쯤 종편 사업자들은 패닉에 빠져 있을 게다. 초기 함몰비용이 얼마나 컸는데 말이다. 앞으로 들어갈 방송 제작비도 신문 제작비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부에서는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자리잡으면 달라질 거라고 한다. 그러나 중앙 종편이 심혈을 기울인 드라마 <인수대비> 첫 회 시청률이 1.18%에 그친 것을 보면 종편의 벽, 구조적 한계는 자명하다. 지상파가 메이저리그라면 종편은 마이너리그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거기서도 살아남으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인내를 가지고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된다. 여기에 마이너리거의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수입(광고비)도 메이저리거(지상파)의 10분의 1 정도인 케이블 수준으로 만족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지상파의 75% 운운은 헛욕심만 키운다.

그런데 지금 종편의 형편은 그럴 수가 없다. 이미 큰돈을 쏟아부었으니 매우 조급해 있을 터다. 그래서 시청률 나오지 않는다고 제작진을 다그칠 텐데, 시청률이라는 게 괴물이어서 다그치면 더 떨어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종편의 조폭 행태는 더 기승을 부릴 것 같다. 종편 출범 전, 광고의 지표가 되는 시청률도 나오기 전에 이미 이들은 대기업에 1년에 수백억원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단다. ‘자릿세’ 내놓으라는 전형적인 조폭 행태인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생존이 급박해졌으니.

게다가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야권이 다수당이 되면 각종 위법과 특혜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벼르고 있고, 또한 위법과 특혜, 불공정 보도 등을 근거로 재허가 때 방송사업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시민적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그러니 종편 방송사들과 그 숙주인 신문들이 이런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정치적 편들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게 뻔하다. 종편의 여러 행태들에 대한 시민적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때가 되었다. 정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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