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도시 콩코드는 미국 독립을 위한 식민지협의회가 열렸고, 영국군과 첫번째 교전이 벌어졌던 유서 깊은 장소이다. 콩코드에는 주위가 숲으로 우거진 월든이라는 자그마한 호수가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9세기 중엽 이곳에 움막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2년2개월2일 동안 은둔 생활을 즐겼다. 그에 대해 쓴 책 <월든>에서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생활을 예찬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 책 하나로 소로는 우리가 미국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로는 환경주의자의 선구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생활보다는 그곳에서 겪었던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후대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세무서 직원이 들이닥쳐 그에게 6년 동안의 인두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소로는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전쟁은 물론 노예제도에도 반대하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 결과 하루를 유치장에서 보낸 그는 자신의 뜻과 달리 숙모가 세금을 대납하여 풀려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이 나왔다. 아주 간략하게 요점을 추린다면, 정당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은 저항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같은 인물들이 소로로부터 받은 직접적인 영향을 언급하며 그가 제시한 정치사상을 다듬고 실천에 옮겼다.
월든 호수는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적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선 정부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미미하게조차 내기 어렵다. 소로만큼 훌륭한 사람이 여기라고 없을까마는, 시민 불복종이라는, 다른 곳에서는 숭상되는 정당한 주장도 검열과 감시의 대상이다. 기업의 부당한 처사에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항의하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의사의 진찰보다 경찰의 연행 시도를 먼저 맞닥뜨려야 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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