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마누엘 칸트는 1781년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했다. 그는 거기에서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며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하는 철학 체계를 내세웠다. 1788년에는 <실천이성비판>을 통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며 정언명령을 행동에 옮겨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 그 두 저작 사이인 1784년에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논문을 썼다.
칸트에게 계몽이란 미성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 나이로 성년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신을 사용하려는 용기를 갖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부과한 미성년의 상태에 있다. 그리하여 칸트는 로마시대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경구를 인용하며 “사페레 아우데! 감히 알려고 하라. 당신의 이해력을 사용할 용기를 가지라”고 주문한다. 그것이야말로 계몽의 구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페레 아우데’라는 구절은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을 결합시킨 것으로 보인다. 머리로 아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그것을 실천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설파하기 때문이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 칸트는 거기에 대해서도 답을 내어놓았다.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자들은 사람들을 유순하고 어리석은 가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비판 의식을 갖게 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 지배자들은 계몽에 이르는 길이 험난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그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주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다.
칸트는 마치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며 말한 것 같다. 교육과정 개악을 통해 자라나는 새싹들이 참된 지식을 알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여 중요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시킨다. 정말로 우리 사회는 알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행히도 그 용기를 가진 사람들 덕분에 지난 선거에서 희망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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