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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놀런 라이언과 최동원

등록 2011-10-26 19:0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놀런 라이언은 미국 프로야구의 강속구 투수였다.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노히트 게임을 일곱 차례나 기록했다. 텍사스 출신인 그는 같은 주에 있는 휴스턴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적당한 선의 연봉 요구를 구단에서 무시했다. 마흔이 넘은 그가 성적을 낼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텍사스주의 다른 팀인 레인저스로 옮겨갔다. 마지막 두 번의 노히트 기록은 레인저스에서 이룩했다. 노장의 역투에 텍사스를 넘어 미국 전역이 열광했고, 팀의 소재지 알링턴은 그를 보러 온 관중들로 특수를 누렸다. 알링턴 상공위원회에서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정도였다. 반면 휴스턴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그들은 전설을 믿지 못한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었고, 라이언은 자신의 역투로 앙갚음한 셈이었다. 은퇴 후 그는 레인저스의 구단주가 되어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우리 프로야구에는 최동원이 있었다. 선수로 이룬 그의 업적은 널리 알려져 있어 더 이상 언급의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구단의 앙갚음을 받아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업적을 이뤘음에도, 대스타로서 다른 선수들의 안위를 위해 선수협의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팀에서 방출되었다. 자신의 고향에서 투구 실력을 전수해주고 싶은 염원도 무시되었다. 그나마 그가 자신의 솜씨를 후배들에게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김인식 감독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선수협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감독이나 코치로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어쨌든 최동원의 사망 이후 그의 인간됨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롯데 구단에서도 그의 번호를 결번시킨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면모가 드러날까 뒤늦게 벌이는 눈가림 같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동원과 같은 걸출한 스타나 야구 응원문화를 한 단계 높인 부산 팬들이 과분한 ‘통 작은’ 구단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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