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막스 베버를 20세기 최대의 사회학자로 인정한다. 베버는 본격적인 사회학 탐구에 앞서 대략 5년에 걸쳐 방법론에 관한 논문을 여섯편 썼다. 논문이라지만 길이도 길고 내용도 충실해 각기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베버 자신이 방법론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세 가지로 집약된다. 방법론은 학문적인 전문성보다는 딜레탕티슴, 즉 아마추어리즘을 조장하고, 방법론은 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의 또 다른 방법론을 불러와 방법론의 만연을 초래할 뿐이고, 방법론은 비본질적이며 시간의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버 본인은 왜 방법론에 대해 썼을까? 베버는 방법론을 해부학에 비유하며, 신체의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을 때 해부학이 필요하듯 학문의 본질에 대한 혼란이 생겨났을 때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방법론이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베버는 ‘존재’와 ‘당위’ 사이의 혼돈, 학문의 영역과 가치의 영역에 대한 혼돈이 만연했던 당대를 혼란의 시대로 보며 방법론 논쟁을 통해 학문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려 했다. 학문은 ‘존재’, 즉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 ‘당위’ 즉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을 미리 결론으로 내려두고 그것을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는 상황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베버가 방법론적 저술을 펼친 지 한 세기가 지난 우리의 사회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이 만연해 있다. 본질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언어유희가 판을 친다. 비비케이(BBK) 사건의 경우 ‘주어’가 없다는 말로 본질을 회피했는데, 정작 그 사건의 주체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며 언제나 ‘나’를 강조한다. 이것이 정말로 문법의 문제일까? ‘민주주의’로 충분한데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반공’으로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채우려는 이들이 소리를 높인다. 혼란의 시대다. 그만큼 엄정한 방법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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