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더불어 같이 살아보자고 했다. 정상적인 나라의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응당 국민들에게 진작 했어야 할 말이었다. 뒤늦기는 했지만 그 말을 반겨야 할 텐데 도무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친서민’이 그랬듯, 그리고 ‘공정사회’가 그랬듯, ‘공생(共生)발전’ 하자는 이 대통령의 말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말의 힘은 말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말에 담긴 진실성과 실천력에서 나오는 것인데, 아직은 진실성도 실천력도 보이지 않는다.
“격차 확대가 아니라 격차를 줄이는 발전”으로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잘사는 사람이 더 잘살아야 어려운 사람에게도 돌아오는 국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격차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이 주장하던 ‘낙수정책’의 궤변이 아니었던가.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면 ‘의타심’과 ‘거지 근성’만 키운다고 힐책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이 대통령의 복지망국론 아니었던가.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엊그제까지만 해도 탐욕경영을 한 재벌총수에게는 사면을,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근로자에게는 벌을 주지 않았던가. 그것이 이 대통령의 법치가 아니었던가.
지난 3년 반 동안 행한 엠비노믹스의 결과를 보자. 재벌 위주 정책으로 중소기업 배곯리면서 재벌기업 배만 불렸고, 매년 25조원씩 부자감세 해주니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소득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나날이 늘었고 청년실업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답시고 은행대출을 강제로 중단시키니 서민들은 살인적 금리의 카드대출이나 대부업체로 내몰려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가 급등하고 대학 등록금이 치솟으니 서민들의 생활은 피폐해지고 있다. 따뜻한 점심 한끼 값이 부담되어 값싼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탈출구가 없는 서민들이 기댈 곳이라고는 복권밖에 없으니 로또 판매는 급증하였다.
서민들의 삶을 피폐할 대로 피폐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또 나누어 먹자고 한다. 이는 마치 달떡 만들어준다 하고 한입 뺏어먹고 별떡 만들어준다 하고 두입 더 뺏어먹고 꿀떡 만들어준다면서 다 뺏어먹는 것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들의 삶이 자칫 빈 삶(空生)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그러면 공생발전이 국민들에게 빈 삶이 되지 않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180도 바뀌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새로이 천명한 공생발전이 진정한 공생발전이라면 이는 기존의 국정 방향과는 180도 반대 방향이어야 한다. 정책기조를 180도 바꾸지 않고 국정운영 방향을 180도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단순히 엠비노믹스를 포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엠비노믹스의 집행으로 나타난 경제적 폐해들은 앞으로 공생발전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따라서 이러한 엠비노믹스의 집행 결과를 상당부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론은 허울 좋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둘째,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 현실과 역사적 변화의 흐름을 오판했다는 것을 솔직히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나타났을 리가 없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정반대되는 말을 하다가 국정운영 기조가 180도 변했다면, 최소한 그동안 오판했다는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국민들이 공생발전의 진실성을 신뢰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의 성공은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국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우리 국민 모두가 합심해 노력하면 무언가 앞날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꿈이라도 꿀 수 있다. 먹고살기 힘들면 미래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꿈이라도 있어야 서민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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