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7주 동안 미국 시카고 도축장 부근의 고기를 통조림으로 만드는 공장에 익명으로 잠입하여 노동 환경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뒤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았다. 인쇄하기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다섯 군데에서 거절을 당한 뒤 마침내 1906년 2월에 출판되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인쇄되고 있다. 업턴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의 출판에 얽힌 사연이다.
사회주의자 싱클레어가 그 소설을 쓴 목적은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고발하고 착취의 실상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통해 공장 내부에 부정부패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이려 했다. 그렇지만 대중은 자신들이 먹는 고기의 위생 상태가 그다지도 열악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싱클레어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대중이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서가 아니라 결핵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유명해졌다고 씁쓸하게 회고했다. 싱클레어는 “대중의 심장을 겨냥했는데, 실수로 위장을 가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를 ‘미치광이’로 취급하며 소설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커지자 자신이 신뢰하던 관료와 사회사업가를 파견하여 비밀리에 실태를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보가 누설되어 공장에서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3교대로 교체하며 3주에 걸쳐 대청소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파견된 사람들은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노동자들에 대한 공장 관리자의 무관심에 놀랐다. 루스벨트는 싱클레어의 소설 내용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혐오스러운 노동 환경과 부적절한 검사 체제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 궁극적으로 대중의 압력은 안전한 식품과 약품에 대한 조례를 만들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전신인 ‘화학청’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축산업계와 쇠고기에도 면밀히 이어지는 역사가 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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