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소수의 자본가들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의 결실을 독점했다. 그들은 대다수 국민의 생활을 좌우하며 특권을 누렸다. 정치가들은 이들과 결탁하여 국민의 복리를 외면했다.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차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크게 위협받았다. 언제 어디일까? 1900년대 미국의 이야기다.
오늘날 미국이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나라, 열심히 일하는 자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당시 위기를 잘 극복한 덕택이다. 그 핵심은 ‘혁신주의’라는 자정운동으로서, 사회정의 구현을 실천에 옮겼다. 정당이나 단체가 주도하여 일으킨 것이 아니어서 정책의 방향이나 성격이 균일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의 민주화,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 노동자 생활권의 보장을 요구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했고, 그런 요구가 도시와 농촌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변호사·언론인·종교인·기업가 등등 다양했지만, 대체적으로 중산계급 지식인이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은 루이스 브랜다이스라고 하는 변호사였다. 그는 공공의 대의를 위해 일을 해서 ‘민중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수임료를 받지 않고 변호를 해줘 훨씬 더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소송을 담당할 수 있었다.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그에게 ‘법조계의 로빈 후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윌슨 대통령이 그를 대법관에 지명하자 반대가 있었다. 반대 이유 중의 하나는 “그는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지식인의 온상인 대학에서 청소 노동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벌인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비리를 저지른 재단을 복구시킨다. 기록은 남는데, 동시대인들은 물론 후손에게 부끄럽지도 않을까?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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