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국왕의 두 신체’

등록 2011-06-20 19:25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국왕의 두 신체>란 유대계 독일인 에른스트 칸토로비치가 1957년 저작·출간한 책이다. ‘국왕의 두 신체’란 문구 자체가 중세 신학과 근대 국가 탄생 사이의 관련을 설명하는 한 개념으로 자리 잡을 만큼 그 책은 학계에서 중요성을 인정받는다. 간략히 말해, 국왕은 다른 인간들처럼 고통을 느끼고 사멸하는 자연적인 신체를 갖는 것은 물론 영적인 신체도 보유한다는 것이다. 영적인 신체는 세속적이고 자연적인 인간의 속성을 초월하는 왕위의 상징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신성한 권한을 지속시킨다. “왕은 죽었다. 왕이여, 영원하시라!”라는 짧은 문구에서 앞의 왕이 자연적 신체라면, 뒤의 왕은 영적인 신체를 뜻한다.

이 개념은 왕이 개인적인 악행을 저질렀더라도 왕의 직책은 신성한 것이니 그를 처벌할 수 없다는 근거로 흔히 사용되었다. 또한 세습을 통해 왕위가 이어지더라도 왕의 직책 자체가 신성한 것이니 왕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절대주의 왕국이 존립할 근거가 되기도 했다. 반면, 이론이란 양날을 가져 자신을 향한 비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법이다.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 와중에 찰스 1세를 처형했을 때, 혁명파에서는 신성한 왕의 직위를 보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악한 국왕을 제거한다는 논지를 내세웠던 것이다.

칸토로비치는 나치 집권 당시 인종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버클리에서는 매카시즘이 휩쓸 때 충성 서약의 서명을 거부해 프린스턴대학으로 옮겨갔다. 그럼에도 그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된다. 노먼 캔터라는 캐나다의 저명한 중세사가가 그의 지적 기질과 문화적 가치관이 나치와 같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젊었을 적 우익 민병대와 신비주의적이고 국수주의의 기질이 있는 시인 슈테판 게오르게의 추종 집단에 가입하여 행동했던 전력 때문일 것이다.

개과천선을 했어도 전력이 문제되는데, 변절을 한 정치가들이 득세하는 이곳의 풍토는 어디에서 왔을까?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2.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3.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4.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증오의 시대, 기적의 순간들 [젠더 프리즘] 5.

증오의 시대, 기적의 순간들 [젠더 프리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