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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이 나라 젊은이들의 비애

등록 2011-06-19 19:36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요즘 ‘반값 등록금’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부담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드디어 들고일어났고, 보수집단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대학에 너무 많이 진학한다는 둥, 부실대학·부실대학생에게도 국민세금으로 지원해줘야 하냐는 둥, 연구 안 하는 교수들 월급이 너무 많다는 둥, 안식년 가서 골프만 친다는 둥(그런 교수가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재정이 파탄난다는 둥, 표 있는 대학생만 보고 표 없는 빈곤아동은 안 본다는 둥(보수언론이 언제 빈곤아동 걱정했는지 필자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수집단들의 물타기 노력이 보기에 너무 애처롭다.

연구 안 하고 월급 많이 받는 교수들 있다. 안식년 가서 골프만 치다 온 교수도 있다. 부실대학, 부실대학생도 있다. 필자도 안다. 다 정리 대상이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보수집단이 잘못된 건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면 그건 마치 정리 안 해도 되는 것이었던 것처럼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다가 왜 갑자기 그게 최대 이슈인 양 떠들어대냐는 거다.

냉정을 되찾고 지금 이 시대의 대학생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의 문제를 보자. 그들이 한평생 겪을 비애가 보이지 않는가. 어려서는 학원을 전전하며 협동보다는 경쟁만을 배운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등록금 빚이 쌓이고, 대학을 졸업해도 청년실업의 벽에 직면한다. 취직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열심히 스펙 쌓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 어렵게 취직해도 비정규직이 반이고 운 좋게 정규직 일자리를 얻어도 선배들보다 낮은 임금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한참 일하고 한참 벌 나이가 되면 노인 부양을 위한 사회 부담으로 저축 여력이 고갈되고(우리나라는 2036년 2명이 일해서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가 된다), 그다음 한평생 열심히 일하고 은퇴할 나이가 되면 자신들이 한평생 낸 국민연금 보험료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푼도 되돌려받을 수 없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2060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지금 20대 젊은이들이 겪을 암울한 한평생이다. 지금의 40~50대 기성세대(물론 필자도 포함해서)가 20~30년 뒤 바로 이 젊은이들(필자도 20대의 두 아이가 있다) 에게 은퇴 후 삶을 의탁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성세대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반값 등록금 정도는 투자해야 하지 않겠는가.

반값 등록금으로 4조원이 드니 6조원이 드니, 그런 돈이 있네 없네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는 추가감세를 하느니 마느니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모두 잊고 있는 게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땅에서 상위 3%에 드는 부유한 가정이라면, 그리고 만약 그 가정에 대학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이미 ‘등록금 반값’의 많게는 5~10배를 매년 되돌려받고 있는 셈이다. 필자도 종부세 감면 덕분에 실질적으로 ‘반값 등록금’ 혜택을 이미 받고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님’께 감사드려야 하나? 이명박 정부가 부유층에게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실천한 게 틀림없다. 서민·중산층에게는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니 할 수 없지만.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고 대학생들을 나무라지 말자. 고등학교 졸업장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게 어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는 19살 아이들 탓인가. 대학 졸업생 10명 중 7~8명이 제대로 된 안정적 직장을 구할 수 없다면 대학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학생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모두 이 사회가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나만 우선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내가 왜 너를 위해 세금을 더 내고 희생해야 하나’ 하다가 나중에 ‘너희들이 우리가 노인이 되면 부양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젊은이들에게 투자를 하자.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자. 그것이 우리 기성세대들의 미래다.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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