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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여배우와 정치가

등록 2011-04-18 19:54

캔디스 버겐은 <솔저 블루>, <헌팅 파티>와 같은 영화로 올드팬의 뇌리에 박혀 있는 미국 여배우다. 최근에도 <섹스 앤 더 시티>나 <로맨틱스> 같은 영화에 출연해 무르익은 연기를 뽐낸다. 패션모델, 사진기자, 작가로서도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렇지만 그는 텔레비전 시트콤 <머피 브라운>으로 미국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서 버겐은 머피 브라운이라는 강인한 리포터 역을 뛰어난 연기로 소화해, 7년 연속 에미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다섯 번 수상했다. 다섯 번째 상을 받고 이후 후보 지명을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머피 브라운>의 종영 뒤 미국 <시비에스>(CBS)에서 간판 다큐멘터리 <60분>(60 Minutes)의 리포터 역할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 연기자와 리포터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기 싫다는 이유였다.

<머피 브라운>의 방영 기간 그와 부통령 댄 퀘일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극에서 머피 브라운은 알코올중독을 치료받는 미혼모로 등장한다. 1992년 댄 퀘일은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것을 또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일 뿐이라고 말해 아버지의 중요성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극중의 삶과 실제의 삶을 구분하지 못한 부통령의 언급을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어쨌든 그 뒤 그 시트콤에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다루게 되었으니 퀘일의 언사에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퀘일은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제대로 쓴 감자(potato)라는 스펠링을 potatoe로 고쳐줘 구설에 올랐다. 극중에서 머피 브라운은 댄 퀘일의 집 앞에 한 트럭의 감자를 쌓아놓음으로써 대응했다. 여기서도 여배우와 정치가 사이에 이렇게 유쾌한 일화가 있다면….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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