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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독서의 힘

등록 2011-04-11 20:11

이디스 해밀턴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여성 고전학자로 인정받는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의 삶은 이채롭다. 돈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정신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일에만 골몰하던 아버지는 딸에게도 일곱살부터 라틴어·프랑스어·독일어·그리스어를 가르쳤다.

그는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얻은 뒤 1895년 독일로 갔다. 라이프치히를 거쳐 뮌헨으로 옮겨간 그에겐 많은 시련이 따랐다.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어, 강의실 안에 따로 격리된 공간을 만들고 녹색 커튼 뒤에서 들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실제로는 다른 학생들과 접촉을 막기 위해 교단 위에 둔 의자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그걸 두고 뮌헨대 총장은 “여성 문제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그에게 미국의 모교에서 교장 제의가 왔다. 26년의 봉직 이후 62살이 되어서야 그는 첫 저작 <그리스의 방식>을 냈다. 그리스와 맺은 사랑이 55년이 지나서야 결실을 본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보다 훨씬 더 속속들이 고대 그리스의 거인들을 이해했던 그의 책은 마땅히 거둬야 할 성공을 거뒀고, 이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책도 등장했다.

그는 그리스 여행을 한 적도 없었고, 고고학자도 아니었다. 단지 한평생 독서가 좋아 책을 읽고 자신이 체화시킨 것을 글로 써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문학·역사·신화를 생생하게 펼쳐놓았을 뿐이다. 1957년 그리스 정부는 그에게 아테네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그가 애호하던 그리스 극작가들의 작품이 공연되었던 헤로데스 아티쿠스 원형극장에서였다. “나는 아테네 시민입니다. 내 생애에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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