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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과거가 주는 희망

등록 2011-04-06 20:50

근대 초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수업에서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영화를 많이 이용한다. 16세기 초 프랑스 남부 농촌 생활에 흥미를 잃은 한 청년이 부모와 처자를 떠난 뒤 약 10년 만에 돌아와, 전과 달리 자상한 남편, 충실한 농부로 환영받는다. 그러다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문제로 번져 신원 자체가 의문시되고, 영화는 반전을 거듭한다. 역사 시간에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 영화가 재판관의 기록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실제 사실에 근접하도록 내털리 데이비스라는 역사가가 고증에 참여했다. 그런 한편 영화가 역사 사실에 못 미치거나 잘못 전달한 것을 밝히기 위해 같은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역사와 영화의 접목, 사회사, 인류학적 역사, 신문화사, 여성사 등 오늘날 역사 전공자를 넘어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면 눈길을 보낼 분야를 실천적으로 개척해 추앙받는다.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미국의 매카시즘 시절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에 맞서 남편과 함께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그는 직업도 얻지 못하고, 여권을 압수당해 프랑스로 연구여행을 가지도 못한 채 임신한 몸으로 남편의 옥바라지를 해야 했다. 그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뉴욕 지역의 도서관을 모두 뒤져 16세기 리옹에서 출판된 모든 책을 섭렵했다.

그 각고의 결과로 출간된 책들이 선구적인 품격을 인정받았고, 아직도 이 노학자에게서 나올 혜안을 많이들 기다린다. 그 고된 시절을 기억하며 후대에 힘을 불어넣어 주려는 듯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현재가 아무리 침체하고 절망적이라 해도, 과거는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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