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8년 런던에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이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를 달고 익명으로 출판되었다. 곧 지은이는 19살의 메리 셸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만든 괴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이다. 괴물은 ‘괴물’, ‘악귀’, ‘야비한 벌레’ 등 보통명사로 지칭될 뿐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대가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형벌을 받는 신화 속의 존재다. 간이 회복되면 또다시 독수리가 날아와 쪼아 먹는다. 넘보지 말아야 할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징벌인데, 그것을 무릅쓰고 인간에게 불과 문명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는 칭송을 받아 많은 예술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아이스킬로스의 <묶인 프로메테우스>가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준 산업혁명을 ‘풀려난 프로메테우스’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메리 셸리는 산업혁명 당시 인간 능력의 과도한 팽창을 경계하여 그 소설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대적 의미를 넘어 그 작품은 인간의 지적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거나, 마법사의 제자처럼 자신이 시작한 것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지적하거나, 자신이 만든 것을 스스로 소유하지 못하는 소외의 상태에 빗댄 우화로 받아들인다.
소설 속의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형상을 추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을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신의 죄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피폐해져 북극에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말살한다. 연민이 가는 이 괴물보다 애초에 그를 만든 박사가 진정 괴물이 아닐까?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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