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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금지된 지식

등록 2011-03-21 20:22수정 2011-03-21 21:27

1945년 8월 전투 조종사로 파견된 한 미군 병사가 일본 본토에 최초로 침투할 상륙부대에 배속되어 오키나와에 머무르고 있었다. 해안 상륙 거점에 활주로를 까는 임무를 지시받은 그에게 확성기를 통해 히로시마와 원자폭탄에 대한 소식이 들렸다. 그와 동료들은 환성을 지르며 전쟁이 끝났고 이제는 살았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때 격전지에서는 50% 이상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몇주 뒤 그는 전투기를 타고 히로시마 상공을 비행할 기회를 얻었다. 납작 엎어져 연기를 날리는 도시를 보며 그는 침묵에 잠겼다. 당시까지도 사상자가 어느 규모인지, 그가 통과한 지역의 방사능 강도가 어떤지 알지 못했다. 1년 뒤에야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섰다.

그의 행동은 시위행진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경험을 바탕 삼아 그는 <금지된 지식>이라는 책을 썼다. 인간에게는 넘보지 말아야 할 신성한 지식이 있고, 바로 그러한 영역이 ‘금기’라는 이름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며 문학과 철학과 역사와 과학의 자료를 총망라하여 쓴 책이다. ‘인간 복제’의 가능성이 열리던 1996년 무렵 그러한 시도에 도덕적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그 책을 쓴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책에서 집필 동기로서만 언급되었던 원자핵의 위험성이 새삼 부각되며 자유로운 발상과 무한 성장의 분위기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그의 논지가 다시금 힘을 얻는다. 앞으로만 질주하는 세상은 이제 멈춰 서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낮추어 현명하라!” 그 책의 저자인 저명한 문학비평가 로저 샤툭은 2005년 전립샘암으로 사망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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