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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칠레, 포르투갈, 일본

등록 2011-03-16 19:33

1647년 칠레의 산티아고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도시 건물 대부분을 붕괴시킨 이 참화를 소재로 독일의 낭만주의자 하인리히 클라이스트는 1807년 <칠레의 지진>이라는 소설을 썼다.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성사시키지 못한 두 연인이 은밀히 교제를 계속하다가 여주인공이 하필이면 대성당의 계단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 그 순간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성직자들은 지진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킨 신의 분노에 빗대며 그 한 쌍의 죄를 성토한다.

1755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지진이 발생해 대략 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은 만성절이었고 따라서 리스본 성당이 신도들로 붐벼 피해가 더 컸다. 프랑스의 성직자들은 리스본 사람들의 죄에 대해 신이 벌을 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신 타파와 종교적 관용을 위한 불굴의 투사 볼테르는 그 성직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리스본 재해에 관한 시>를 썼다. “당신들은 확신하는가, 우주를 창조하고/ 운명의 법칙을 정착시킨 권능이/ 인간에게 합당한 자리 하나 찾아주지 못하고/ 지진으로 인류를 멸망시켜야만 했다는 것을?”

2011년 일본 북동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엄청난 해일을 몰고 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대형 교회를 이끄는 한 목회자가 이를 두고 “일본 국민이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 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답지하는 지금, 그럼에도 여진과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지금, 문제는 여전히 광신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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