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믿지만 스러져가는 명분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의 물결이 넘칠 때 쇠락해가던 귀족주의의 이상을 노래했던 핀다로스가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을 후원해주던 왕족과 귀족이 몰락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읊조렸던 시인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민주주의와 귀족주의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옳은가? 사람들의 정신이 선동에 현혹되고 욕심에 마비되어 도출된 다수결의 결과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옳은가? 귀족주의는 절대적으로 그른가? 천성적으로 고귀한 품격과 능력을 타고난 소수가 다수의 행복을 위해 몸을 바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주의이기 때문에 그른가? 핀다로스에게 귀족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속이기보다는 속는 사람이며, 적에게까지 용기와 예의를 동시에 지키는 사람이며, 지도자라는 의무감에서 약자를 안내하고 보호해주는 사람이다.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당신의 혀를 진실의 모루에 놓고 단련시키라./ 불똥 한 점이 튀어 올라도 무게가 있으리라.”
핀다로스는 말한다. “유한한 인간의 기쁨의 시간도,/ 어두운 운명에 흔들려 땅에 떨어지는 꽃이 피어 있는 시간도 신속히 지나갈 뿐,/ 한나절의 일일 뿐/ 인간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이 아닌가?/ 인간은 그림자의 꿈.” 그래서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핀다로스는 인간이 넘어서지 말아야 할 한계를 알고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전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문제는 들어야 할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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