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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올드 켄터키 홈

등록 2011-03-09 20:12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치어 젊은 날 검둥이 시절.” 우리나라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던 ‘올드 켄터키 홈’에 나오는 가사다. 흑인 노예가 백인 상전을 모시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이 노래를 작곡한 스티븐 포스터는 미국 남부를 묘사한 곡을 많이 썼지만, 실은 북부 출신으로 남부에는 신혼여행 때 페리호를 타고 한번 다녀간 것이 고작이었다. 포스터는 “교양 높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곡”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힌 바가 있었으니, 이 곡은 남북전쟁 당시 미국 백인들의 전반적인 정서를 대변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미국의 흑인노예제는 아직까지도 건전하게 생각하는 미국 백인들의 가슴속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아 있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 노예제를 폐지할 때 문명국을 자처하면서도 노예제를 지속시켰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국가가 분열되어 전쟁까지 벌였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 특히 남부 출신의 역사가들은 노예제를 합리화시키는 여러 논리를 개발했다.

그 하나는 흑인들이 인종적으로 열등한 야만인이라서 교화시켜야 하며, 노예 농장은 그들을 ‘계몽’시키는 학교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흑인들이 다른 인종과 달리 속박을 받아들이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프리카의 해안과 숲 속에서 노예 상인들에게 강제로 끌려온 이들에게 오히려 노예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누명을 씌우려는 의도이다.

어디에선가 많이 봤던 논리다. 우리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을 당시 한국인에게는 노예근성이 있어 민족성이 개조되어야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일이 있지 않았던가? 최소한 음악 교과서에서는 저 노래가 사라져야 할 이유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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