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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태선 칼럼] 쿠오바디스, 개신교? / 권태선

등록 2011-03-06 19:56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칼럼
요 며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도회를 이끈 길자연 목사의 합심기도 요청에 따라 모든 참석자가 무릎을 꿇었다지만, 국외자들 눈에는 무릎 꿇은 대통령의 모습이 영 다르게 비쳤습니다.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을 도입하려는 정권에 대해 개신교 쪽이 대통령 하야운동까지 언급하며 극렬히 반대한 직후인 탓일까요? 개신교의 압력에 굴복해 정치권이 수쿠크법 포기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대통령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개신교와 현정권의 관계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개신교 쪽은 수쿠크법에 대한 반대나 무릎 꿇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근거없는 비방이라고 주장합니다. 수쿠크법은 이슬람에 대한 특혜 때문에 반대할 뿐이고, 대통령도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합심기도에 참가해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합심기도만 보면 그렇게 주장할 여지도 있습니다. 합심기도는 오래전부터 일부 교회에서 해온 일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인도자의 요청을 대통령이라도 거부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문제는 상황이 어찌됐건 무릎 꿇은 대통령을 보고 정권과 개신교의 관계를 연상하게 만든 것은 이 정권과 개신교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개신교와 이 정권은 정권 탄생 전부터 끈끈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상당수 목사들이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고, 그 결과 탄생한 정권은 소망교회 출신들을 줄줄이 입각시키고 사학법 개정 등 개신교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템플스테이 예산을 삭감해 타 종교 차별 논란을 빚었습니다. 장로 대통령이 나왔으니 그 덕을 봐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목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쿠크법안을 계속 추진하면 대통령 하야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조용기 목사의 발언이 터져나왔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근거없는 비방이라 일축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개신교에서 취할 올바른 태도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초래한 자신들의 처신을 되돌아보는 일일 것입니다. 수쿠크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만들어진 금융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수쿠크를 발행한 회사가 소유부동산을 투자자에게 넘긴 뒤 이자 대신 임차료를 지급하다가 만기가 되면 부동산을 되돌려받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는 부동산 매매에 세금을 매기지 말자는 게 수쿠크법입니다. 다른 채권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자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슬람에 대한 특혜 반대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실제 반대 이유는 이 자금이 이슬람 포교의 수단이 된다고 한 조 목사의 발언 속에 있습니다.

이 주장 역시 진위를 가려야겠지만, 백번을 양보해 그 돈이 포교 수단이 된들 개신교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들이 믿듯이 예수의 가르침이 유일무이한 진리이고 그들 역시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 인류의 모범이 된다면 이슬람의 포교가 무슨 위협이 되겠습니까? 개신교가 타 종교를 핍박하면 할수록 그 편협함만 도드라지고 일반의 신뢰를 잃게 될 뿐입니다.

실제로 한국 개신교의 편협과 타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개혁을 추구하는 목사들은 따돌림을 받고 심지어 목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합니다. 보수적인 개신교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돈선거로 당선됐다는 고발이 줄을 잇고 급기야 법정 싸움으로 비화했습니다. 갈수록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고, 남아 있는 신자들도 참아주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한기총 해산 요구를 비롯해 곳곳에서 개혁 요구가 터져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하기에 앞서 교회 스스로를 위한 통절한 반성과 회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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