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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가장 깊은 지옥

등록 2011-02-14 18:46수정 2011-02-15 10:50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는 단테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갈릴레오처럼 성을 빼고 이름만으로 충분히 알려진 몇 안 되는 영광스러운 이탈리아 사람들의 선두에 단테가 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정치에도 깊이 참여했지만 그것보다는 시인으로서 업적 때문에 추앙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수식어가 없이 ‘시인’이라고 말하면 바로 단테를 가리킨다.

라틴어로 글을 쓰는 것이 관행이던 당시 그는 토스카나 토속어를 바탕으로 라틴어와 다른 지방의 사투리를 섞어서 ‘이탈리아어’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시를 썼다. 그 결과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이탈리아어가 탄생하였다. 따라서 프랑스 사람들이 이탈리아어를 ‘단테의 언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특징 중 하나가 토속어로 글을 썼다는 것이니, 그가 르네상스의 원조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의 명성은 이탈리아어를 확립시킨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최고 걸작 <신곡>은 중세의 세계관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그를 이탈리아에 국한되지 않은 세계의 문호로 격상시킨다. “지옥”, “연옥”, “천국”의 삼부로 구성된 이 서사시에서 단테는 로마 시대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안내를 받아 지옥과 연옥을 두루 살핀다. 천국에서는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가 그를 인도한다.

서정적이고 신학적인 연옥과 천국에 대한 묘사와 비교할 때 지옥의 모습은 눈앞에 보이는 듯 가장 생생하다. 지옥에도 급수가 있어 아홉 단계로 나뉘는데, 죄가 무거운 자들일수록 더 깊은 곳에 위치한다. 가장 깊은 쪽에서 탐관오리, 사기꾼, 친족과 조국의 배신자들이 지옥 마왕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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