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커다란 구멍을 파고는 사람들이 돈을 건다. 그런 다음 쇠사슬로 꼬리를 관통시켜 끌고 온 오소리를 넣은 뒤 개들을 함께 넣는다. 오소리의 발톱과 이빨은 상당히 날카롭기 때문에 보통은 대여섯 마리의 개가 죽거나 심하게 상처를 입은 뒤에야 오소리가 굴복한다.
사례 2) 두 개의 튼튼한 기둥 사이에 질긴 줄을 묶어 건다. 목에 기름칠을 한 거위의 다리를 묶어놓은 줄에 매단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위로 다리가 묶인 거위의 목을 잡고 늘어진다. 목적은 거위의 목을 몸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사례 3) 닭의 다리에 긴 끈을 묶고 못으로 바닥에 고정시킨다. 2페니를 낸 사람이 20미터의 거리에서 빗자루를 세 번 던진다. 닭이 맞고 쓰러졌다가 일어나기 전에 던진 사람이 그 닭을 붙잡으면 그 사람이 닭을 갖는다. 잘 훈련된 닭은 빗자루를 잘 피해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기도 했다.
19세기 중엽까지 유럽 도처에서 벌어졌던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이 개고기를 먹는 식습관에 대해 프랑스의 여배우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을 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푸아그라나 투우는 문화이고 개고기는 야만이라는 유럽중심적인 이분법에 대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도 그리 고상하지는 못했다고 들이댈 자료였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항변할 수 없겠다. 초동 대처의 실패와 안일한 행정으로 수백만의 무고한 동물이 도륙되고 매몰되었다. 관련 부처마다 궁색한 책임 회피에 바쁘다. 구제역 청정국 유지라는 명분 속에 동물의 생명권은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 제도적 잔인함 앞에 저까짓 도락쯤이야….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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