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잔인한 인간

등록 2011-02-09 18:40수정 2011-02-09 20:44

사례 1) 커다란 구멍을 파고는 사람들이 돈을 건다. 그런 다음 쇠사슬로 꼬리를 관통시켜 끌고 온 오소리를 넣은 뒤 개들을 함께 넣는다. 오소리의 발톱과 이빨은 상당히 날카롭기 때문에 보통은 대여섯 마리의 개가 죽거나 심하게 상처를 입은 뒤에야 오소리가 굴복한다.

사례 2) 두 개의 튼튼한 기둥 사이에 질긴 줄을 묶어 건다. 목에 기름칠을 한 거위의 다리를 묶어놓은 줄에 매단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위로 다리가 묶인 거위의 목을 잡고 늘어진다. 목적은 거위의 목을 몸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사례 3) 닭의 다리에 긴 끈을 묶고 못으로 바닥에 고정시킨다. 2페니를 낸 사람이 20미터의 거리에서 빗자루를 세 번 던진다. 닭이 맞고 쓰러졌다가 일어나기 전에 던진 사람이 그 닭을 붙잡으면 그 사람이 닭을 갖는다. 잘 훈련된 닭은 빗자루를 잘 피해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기도 했다.

19세기 중엽까지 유럽 도처에서 벌어졌던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이 개고기를 먹는 식습관에 대해 프랑스의 여배우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을 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푸아그라나 투우는 문화이고 개고기는 야만이라는 유럽중심적인 이분법에 대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도 그리 고상하지는 못했다고 들이댈 자료였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항변할 수 없겠다. 초동 대처의 실패와 안일한 행정으로 수백만의 무고한 동물이 도륙되고 매몰되었다. 관련 부처마다 궁색한 책임 회피에 바쁘다. 구제역 청정국 유지라는 명분 속에 동물의 생명권은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 제도적 잔인함 앞에 저까짓 도락쯤이야….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1.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2.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3.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샘난다, 뉴욕의 갤러리 문화 [크리틱] 4.

샘난다, 뉴욕의 갤러리 문화 [크리틱]

‘-장이’와 ‘-쟁이’ [말글살이] 5.

‘-장이’와 ‘-쟁이’ [말글살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