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도중 청중과 함께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체포되었다가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추방당해 유럽에서 활동했던 메르세데스 소사.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행진하면서 “우리는 승리하리라”를 불렀던 멕시코계 미국인 조앤 바에즈. 술에 취한 나치 당원에게 살해당한 절친한 친구를 노래한 독일 출신의 콘스탄틴 베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노래로, 그리고 노래 밖에서 인권 운동, 반전 운동, 환경 운동 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의 공통점은 1988년 이들이 독일의 한 도시에 모여 평화의 콘서트를 열었다는 것이다. 화면으로 공연을 보는 내내 따뜻한 감동이 전해졌고, 저 공연장 한구석에라도 자리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음악의 향연에 심취한 청중이 부러웠다. 그 이듬해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니 이 콘서트가 원인은 아니라 하여도 나름의 의의는 충분히 있는 무대였다. 부러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연 장소를 알아보니 크산텐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이다. 완전히 생소한 이름이기에 독일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알지 못한다. 검색을 하니 로마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유서 깊은 도시로서 독일에서 유일하게 X자로 시작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공연장도 로마 시대에 건립된 원형극장으로서, 지금은 고고학 공원으로 이용된다.
오랜 역사를 가졌다 할지라도 고작 인구 2만 남짓의 소도시에 세 명의 전설과, 그들을 느끼려고 세계 도처에서 온 수많은 청중이 모였다. 부럽다. 거의 모든 것을 서울에서 흡수하여 경제적, 문화적 혜택이 잘 배분되지 않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 때문에 더욱 부럽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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