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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꽃들은 어디로

등록 2011-01-26 19:21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한 조각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릴 중년층이 많을 것이다. 꽃은 소녀들이 꺾었고, 소녀들은 청년에게로 갔고, 청년은 군대로 갔고, 군인은 무덤으로 갔고, 무덤에선 또 꽃이 피고…. 순환하는 인생무상 속에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는 1960년대에 많은 포크 싱어들이 불러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 노래의 작곡자, 또는 최소한 채보자가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자이자 활동가 피트 시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이기리라”라는 노래는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을 대표하는 저항의 노래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탄압에 맞서는 시위의 노래로 불렸다. 그 흑인 영가가 민중가로 거듭나도록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것이 피트 시거의 청아한 목소리였다.

현재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삶은 적극적인 인권운동과 노동조합운동과 환경운동으로 채워져 있다. 스페인 내전 때는 공화주의를 열렬히 후원했고,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했고, 일생을 군비 축소를 위해 투쟁했고, 최근에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비판하는 곡까지 만들었다. 그는 1950년대 초에 꽤 큰 인기를 얻었던 위버스라는 그룹에서 활약하다가 탈퇴하였는데, 그 이유가 다른 그룹 멤버들이 담배 광고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었다.

그런 피트 시거를 기려 2007년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에서는 ‘피트 시거: 노래의 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헌정했다. 2009년 5월3일에는 10여 명의 유명 가수들이 모여 90세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을 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광적인 매카시 선풍이 미국을 휩쓸며 이성을 마비시켰던 바로 그 시기뿐이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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