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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애국자 벨라폰테

등록 2011-01-05 21:25

1959년 4월19일, 명성 높은 카네기 홀에 신사숙녀가 운집했다. 흑인 가수 해리 벨라폰테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1부에서는 미국 흑인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2부에서는 서인도제도의 칼립소풍 노래가, 3부에서는 세계 곳곳의 민요가 울려 퍼졌다. 이 공연은 벨라폰테의 생애를 반영하며 동시에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흑인의 고통을 노래했을 뿐 아니라 흑인 인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미국 내부의 인종차별을 넘어 서구의 아프리카 식민지 경영에도 반대했다. 그는 서인도제도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카스트로나 차베스와 같은 지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미리엄 마케바, 그리스 출신의 나나 무스쿠리와 같은 가수들을 미국의 청중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의 유명 가수들을 모아 “우리는 한 세계”(We are the World)라는 곡을 만들어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한 계획을 꾸민 사람 중 하나다.

이런 그의 활동이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은 당연하다. 매카시 시대에 요주의 인물로 꼽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수를 가둘 수는 있으나 노래는 가두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충돌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라크 전쟁을 벌인 부시를 서슴없이 “세계 최대의 폭군”이라고 불렀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언급에 비판을 예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하라고 하시오. 이견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꿈은 묘비명에 “해리 벨라폰테, 애국자”라고 새기는 것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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