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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통 큰 인간

등록 2010-12-13 20:15

에드워드 톰슨은 영국 공산당의 핵심적인 지식인이었다. 크리스토퍼 힐, 에릭 홉스봄, 로드니 힐튼 등 서양사 전공자에게 큰 무게로 다가오는 역사가들과 함께 ‘공산당 역사가 집단’을 만들었던 그는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하여 공산당을 탈퇴했다. 그럼에도 그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충실한 역사가로 남아 있었다.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이라는 그의 저작은 노동사에 관해 정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학자로서뿐 아니라 실천적 지식인으로서도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의 소리를 높였고, 유럽에서 핵무기 반대 운동을 주도했으며,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맞춰 재단’하는 것을 보고 워릭대학교에서 사직했다. 그는 소설과 시집을 내기도 했다. 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의 논문 중에 ‘18세기 영국 군중의 도덕경제’라는 것이 있다.

도덕경제란 생존과 직결되는 곡물의 생산과 수확, 그리고 곡식과 빵의 유통은 공동체 전체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궁핍한 시기에 어느 누군가가 곡물이나 빵을 독점하여 도덕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가격에 팔려고 한다면 그에 항거하여 폭력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중의 폭동이 즉각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더라도, 지배층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물가를 조정함으로써 폭력을 방지하려 하였다는 것이 톰슨의 논지이다.

여기에선 이상한 방식으로 도덕경제를 위배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진다. 피자와 치킨을 싼값에 제공하여 매장 전체의 매출을 올리려는 상행위가 논란이 된다. 돈을 완전히 장악해야만 만족할 통 큰 인간들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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