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두번째로 실패한 쿠데타 이후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있을 때 글이나 논문을 써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에 쓴 다음 글은 흥미롭다. “나는 두번째의 아우구스투스가 되고 싶다. 아우구스투스가 로마를 대리석의 도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귀에서는 유럽인들의 로마에 대한 동경과, 황제가 되고 싶은 루이 나폴레옹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실로 루이 나폴레옹은 나폴레옹 3세가 된 뒤 파리를 대리석의 도시로 재건하려는 꿈을 실현했다.
나폴레옹 3세가 파리의 재건축을 맡긴 인물은 조르주외젠 오스만이라는 관료였다. 오스만은 파리시의 표면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늘어선 넓은 길을 새로 만들고 다리를 놓고 오페라하우스와 공공건물들을 세웠다. 공원과 광장도 조성하였고, 외곽 지역은 파리시에 편입시켰다. 표면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상수도와 하수도도 정비하여 물 공급을 원활히 하면서 땅속에서도 시의 청결을 유지했다. 1870년대에 이르면 파리는 오늘날의 모습을 거의 갖추게 된다. 넓은 길을 만든 목적 중 하나는 바리케이드를 쌓지 못하게 하여 시위대를 쉽게 진압하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중세의 도시가 근대의 도시로 바뀌었다. 오스만의 파리 재건은 시카고, 런던, 모스크바 같은 도시의 근대화 계획에 영향을 주어 진가를 인정받았다. 한편 무모한 예산 낭비로 옛 파리를 파괴해 그윽한 정취를 없앴다는 비판도 있었다.
빈민굴은 파괴되어 부르주아의 아파트로 바뀌었다. 도시계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그곳에서 쫓겨나간 빈곤층이었다. 황제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필히 염두에 두었어야 할 사실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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