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찬 편집인
그렇게 세간의 화제를 몰고 다닐 때도 <슈퍼스타케이2>(슈스케2) 진행상황을 나는 전해서 듣기만 했다. 집에서 아내나 딸이 시청하려 하면, 공연히 다른 채널을 고집하며 심술을 부렸다.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 등을 날로 베낀 것, 지구 최후의 변방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아프간 스타> 버전이 나왔던 것 아닌가! 게다가 음모론까지 나돌았으니 나는 기고만장했다.
이런 오기를 꺾은 건, 그 잔인한 구도 속에서도 눈물겹도록 진정성과 열정을 보인 참가자들이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잔인한 심사와 평가는 결정적이었다. 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라는 생각과 함께 어깨너머로 슬금슬금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은 굳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때론 참가자의 눈물을 쏙 빼놓는 평에서부터, 저도 주체 못하는 눈물의 심사평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무대 위와 아래엔 아마추어의 순정한 열정과 프로의 치열한 열정이 빛나고 있었다.
“본인의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아이비) “(음을) 꺾는 거, 음정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 이거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윤종신)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세요.”(박진영) 심사위원 가운데 가장 혹독한 사람은 가수 이승철이었다. 특히 허각에게 가혹했다. “음악은 음악이지 음학이 아니다”라고 한 건 약과였다. 톱11 무대에선 “감탄은 주지만 감동은 주지 못한다”며 최저 점수(89점)를 줬다. 다른 참가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노래를 자꾸 보여주려고 하면 결국은 겉도는 거예요. 부르는 사람이 느낌이 없는데 듣는 사람은 어떻겠어요?”
이런 그의 충고는 허각을 변화시켰고, 무대가 상승할수록 그의 노래는 완성도를 더해 갔다. 결국 마지막 무대에선 이승철마저 감동시켰다. “허각은 이 땅의 많은 노래를 사랑하는 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며 그는 최고점을 줬다. “노래가 인스턴트화가 되고, 노래보다는 복근운동 하는 가수가 많은 요즘,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가 되시라.” 이승철과 허각, 둘은 음악인과 평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진면목을 보여줬다. 날것 그대로의 음악적 진정성과 보컬뿐이었던 허각은 악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숨겨진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게 한 것은 이승철과 같은 심사위원이었다.
슈스케2 심사위원을 장황하게 언급한 건, 무대만 있지 정글이나 다름없는 우리 사회의 무대 탓이다. 그곳에선 마이크 쥔 사람, 목소리 큰 사람이 주인이다. 불합격 판정을 내릴 심사위원도 없지만, 다수 국민이 불합격 판정을 해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온갖 수사로 거짓말을 재탕 삼탕 해도 제지할 사람이 없다.
국민의 3분의 2 그리고 4대 종단 대표들이 반대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도 그렇다. 생태계 파괴가 자명한 4대강 사업을 부득부득 “생명 살리기”라고 강변하면서 그는 엊그제 이렇게 노래했다. “내년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공되면 우리 국민은 푸른 자연과 함께 한층 여유 있는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4대강은 국제적인 명소로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누구도 믿지 못할 말을 어쩌면 저리도 진짜처럼 말할 수 있을까.
다음날 그는 역사상 최악의 협상으로 평가되는 한-미 쇠고기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씨를 외교부 2차관으로 임명했다. 민씨는 촛불시위를 정권타도를 위한 이념투쟁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청와대 대변인은 “쇠고기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고 노래했다. 그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당의 강령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표방했다.
슈스케2의 심사위원들이 그리운 이유다.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당신, 불합격’이라고 판정해줄 그런 사람 어디 없을까.
곽병찬 편집인 chankb@hani.co.kr
곽병찬 편집인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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