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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태선칼럼] 천안함과 한-중 자유무역협정

등록 2010-05-02 21:31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열흘 만인 30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자유무역협정 논의 가속화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리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검토를 위한 산관학연구는 2008년 6월까지 다섯차례 열린 뒤 2년 동안 중단됐습니다. 이후 논의를 재촉한 것은 중국이고 소극적이었던 것은 우리였습니다. 농업과 중소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중국 경제구조의 불투명성, 대미관계 등을 고려한 대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대통령은 하필 이 시점에서 논의 재개를 자청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유보다 전략적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란 추론도 나오고 중국-대만 경제협력협정에 대한 대응설도 거론됩니다.

또다른 이유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깊은 관심과 협력을 요청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돼 대응책을 추진하게 될 경우 협력을 얻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협력 요청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상회담을 보도한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언급은 아예 싣지도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듯합니다. 애초 중국이 확답을 할 것으로 본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최대 관심사가 북한의 불안정을 막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국제공조를 되뇔 수밖에 없는 것은 천안함 사건이 설사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대응방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태영 국방장관 등은 무력응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는 방안은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유엔 결의 정도일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폐기해 남북관계를 끊은 탓에 우리는 북한이 금강산 내 남쪽 자산을 압수·동결하는 등 도발을 거듭해도 실질적 타격을 줄 방안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보수세력의 기대대로 곧 무너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남한이 빠져나간 경제적 공백을 중국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참에 북한의 천연자원을 싼값에 확보하고, 나진·선봉 등 물류유통항도 확보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이 북한에 20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문제는 북한을 중국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게 우리의 대북정책이란 점입니다. 지난해 연변대학에서 만난 북한 학자들은 중국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민족끼리’의 협력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한이 원조를 끊고 금강산 관광도 중단하는 등 목줄을 죄어오는 마당에 중국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할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결국 이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만 확대해 놓은 것입니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 중국에 매달리고, 남한은 북한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중국에 매달리는 형국입니다. 우리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니 자유무역협정 같은 중대한 문제도 단기적 전략 도구로 쓰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은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됩니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전망은 물론 남북문제와 한중일·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질서까지 포괄하는 큰 전략구도 속에서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엄중한 과제입니다.


권태선 논설위원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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