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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태선칼럼] 대만해협의 훈풍과 한반도

등록 2009-01-11 21:24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칼럼
지난 연말 대만 남부 가오슝항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찬 부두를 돌며 안내한 가오슝 항무국 홍보담당 제니퍼 리는 그 이유를 1949년 국공 내전 종결 이후 처음으로 대륙과 직항이 시작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대3통(통상·통항·통우) 합의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가오슝 등 대만 항구 6곳에서 대륙 항구 63곳으로 배들이 직접 오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 그는, 이 조처로 “가오슝은 옛 영광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이던 가오슝은 2005년 천수이볜 전총통의 대만독립 주장으로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8위로 주저앉았다.

마잉주 총통 등장 이래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3통 실현으로 전면적인 직접교류 시대로 들어선 양쪽은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중국은 대륙투자 대만기업 우대를 확대하고, 대만에 직접 자금지원도 약속했다. 올해 3차 양안 회담에선 금융산업 분야로 협력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또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 감축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래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물론 중국-대만 관계와 남북관계에는 차이가 있다. 남북은 모두 통일을 목표로 내건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대만에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 2·28 사건으로 상징되는 국민당 정권의 40년 압제가 만들어낸 대만 주권론자들이 그들이다. 또 다원적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만인 대부분도 현재의 중국과 통일에는 반대한다. 마잉주 정권이 대륙정책의 목표를 통일 대신 “협력적·안정적 관계 형성을 통한 대만 영향력 강화”로 표현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양안은 89년 대만이 대륙의 친척 방문을 허용한 이래 꾸준히 교류협력을 확대해 왔다. 대만 독립론자인 천 총통 치하에서도 교류는 계속돼 진먼과 샤먼 사이 ‘소삼통’이 실현됐다. 대만 대륙위원회 예카이핑 전문위원은 대만 전체교역의 40%가 대중국 교역이고 여기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낸다고 밝혔다. 장성차오 월간 <전구중앙> 편집인은 1500억달러나 되는 대중국 투자, 100만명 이상의 대륙거주 대만인, 대만인과 결혼한 70여만의 외국인 신부 중 32만명이 대륙 출신인 현실을 직시하면 대륙과의 관계개선은 “대만의 생존을 위한 당위”라고 지적한다.

민진당 선전국장을 역임했던 천팡민 대만 정치대학 교수는 양안 관계의 진전을 대만 주권이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중국이 아무리 큰 나라라도 대만이 건강한 민주정부를 유지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대만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인 민주주의를 잘 가꾼다면 오히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완화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인들의 이런 자신감이 현 대륙정책에 대한 80%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대륙에 비해 열세인 대만이 이렇듯 자신감을 갖고 대륙정책을 추진하는데, 북한보다 여러모로 앞선 우리가 대북관계 개선에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볼모로 북한을 길들여 볼 생각인 모양이지만, 부시 정권의 압박에 굴복하는 대신 핵개발로 맞섰던 정권임을 생각하면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지 싶다. 대북 직접대화를 공약한 미국 오바마 정권의 등장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여건도 정부 뜻을 실현하기 어려운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데도 북한의 굴복만 기다리며 세월을 허비하다간 민족과 역사에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권태선 논설위원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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