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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태선칼럼] 중국은 위협인가?

등록 2008-08-17 21:30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칼럼
베이징 올림픽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개막식의 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려 1000억원의 비용과 1만5천명의 인력이 투입된 개막식을 현장에서 보고 돌아온 한 고위관리는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 했다. 1992년 한-중 수교 때 5천만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직업훈련소를 선물로 받았던 중국과 격세지감을 느꼈으며, 우리가 중국을 앞섰던 시대는 지난 10년으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개막식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중국의 이웃인 우리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첨단 기술과 전통을 탁월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올림픽 역사에 신기원을 만든 개막식은 중국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디 오스트랄리언>은 이를 ‘경외감’이라고 표현했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거느리고 이미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음에도 중국이 이처럼 힘을 과시해야 할 필요는 무엇이었을까? “아편전쟁, 청-일 전쟁, 그리고 급기야는 의화단 사건으로 베이징의 궁궐마저 유린당하는 제국주의의 침략을 거쳐, 중-일 전쟁의 수모를 겪은 역사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것”이라고 한 중국 전문가는 분석한다. “1949년 천안문에서 마오쩌둥이 중국인을 향해 중국이 일어섰다고 선언했다면 이번에는 세계를 향해 중국이 일어섰음을 선언한 격이다.”

중국인들 역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아시아의 늙은 병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시 태어났다”며 “중국의 부상은 더는 꿈이 아니다. 이제 세계무대의 주역으로서 다른 나라들과 함께 세계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앞으로 세계사에 어떤 내용을 기록하려 하느냐다. 장이머우는 개막식 주제로 중국의 성취와 힘을 과시함과 아울러 세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의미하는 화(和)도 선택했다. 그러나 둘 가운데 더 두드러졌던 것은 화가 아니라 중국의 힘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바로 이 대목이 주변을 불편하게 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공식후원한 한 대기업 고위간부는 개막식에서 드러난 중국 중심주의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경계론을 제기했다. 다른 올림픽 개최국들이 후원사들을 존중해 온 그동안의 국제 관례를 무시하고 개막식 자리배치를 일방적으로 하는 등 중국인들의 안하무인적 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 그는, 오만한 대국주의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위협감의 또다른 배경을 대국의 등장(大國崛起)은 보여줬지만 ‘민주주의의 성장’(民主崛起)은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 보았다. 수천명이 하나처럼 움직인 집단공연을 통해 집단 주체만 강조했지 개인 주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조국찬가를 부른 소녀의 립싱크 이유를 “완벽한 목소리와 완벽한 공연을 결합시키는 게 국가의 이익”에 부합해서라고 설명할 정도다.

모든 것을 국가이익과 결부시키는 이런 사고는 분명 위험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중국이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좌일 수도 있다. 80여 나라 정상을 한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힘이 있어도, 안으로는 티베트·신장 등 소수민족 문제, 지역·계층간의 엄청난 사회·경제적 격차문제, 개발주의의 부산물인 환경문제 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중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세계의 일원으로서 세계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할 일은 이런 난제 해결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이지 싶다. 혼란에 빠진 중국보다는 함께 번영하며 조화를 추구하는 중국이 이웃인 우리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까닭이다.

권태선 논설위원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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