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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내 이름은 미국 소 / 김조광수

등록 2008-05-12 20:53수정 2008-05-12 20:57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야!한국사회
내 이름은 미국 소! 태어난 지 30개월이 지난 어른 소야. 얘기 한 번 들어볼래?

난 미국 서부에 있는 농장에서 자랐어. 자랄 때만 해도 자부심이 대단했지. 잘 자라서 미국을 떠나 세계로 나가고 싶었어. 특히 한국에 가고 싶었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한 거야.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서 미국 소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해 버린 거지. 이러다가 정말 한국에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돼 잠도 제대로 못 잤다구. 사실 미국 소는 안전한데 말야.

광우병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잖아. 미국은 발견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몇 마리 안 되는데 너무들 하는 거 같아. 게다가 미국은 광우병 소를 검증할 수 있는 검역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어. 일단 미국은 사람의 눈으로 직접 검사하는 검역시스템이야. 사람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정확한 게 또 어딨어, 안 그래? 게다가 눈으로 검사하는 소는 도축 소의 5∼10%나 된다니까. 미국에서 1년에 도축되는 소가 3500만∼4000만 마리나 되는데, 그만 하면 정말 많이 하는 거지. 게다가 광우병 검사도 계속 하고 있어. 0.1%씩 꾸준히 말야. 어때, 믿을 만하지 않아? 미국의 일부 도축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체적으로 모든 도축소에게 광우병 검사를 하겠다”고 했나 봐. 미국 정부에서는 당연히 금지했지. 지금처럼만 해도 아무 문제 없는데, 뭐 하러 그러느냔 말이지, 그게 다 비용 낭비 아니겠어? 그런 정신 나간 도축업자들의 얘기를 한국 사람들이 괴담처럼 퍼 나르고 있다고 하더라구. 그런 말에 현혹될 필요 없어. 어떤 미국 시민단체가 ‘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자꾸만 퍼뜨리나 본데 그것도 걱정하지 마. 날씨 덥고 힘들어서 앉으려고 하는 애들을 자꾸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뿐이라구. 주저앉는 소라고 해서 다 미친 소는 아니잖아?

다시 말하지만 미국 소들은 정말 안전해. 2007년 5월에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으로 판정했잖아.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미국은 엄연한 광우병 통제국이야. 물론 광우병 통제국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100%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하지만 100% 안전하다는 게 말이 돼? 얼마 전에 한국 토론 프로그램에서 어떤 교수님이 “광우병 걸린 수입 소를 먹을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이 되고 당장 은행에 바꾸러 가다가 벼락 맞아 죽는 두 일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에 가깝다고 했잖아. 그 분 말씀이 정답이지. 미국 소는 정말 안전한 거라니까.

그리고 미국 소는 세계 97개국에 수출하는 ‘값 싸고 질 좋은 소’야. 미국 시민들·재미동포·재미유학생 모두 먹는데 정말 안전한 거지. 한국 정부에서 광고도 했잖아. 미국 사람들이 먹는 쇠고기와 수입할 쇠고기는 똑같은 거라고 말이지. 한 가지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말이야. 사실 미국 사람들이 먹는 소는 대부분 20개월 미만의 소거든. 일본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입하는 소도 20개월 미만짜리 들이고. 그 나라들, 나 같이 연륜 있는 소를 몰라보더라구.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나 뭐 그런 것 때문이라는데, 말도 안 돼. 그런 점에서 나처럼 연륜 있는 소를 알아봐 주는 한국 정부는 정말 똑똑한 것 같아. 나, 이번에 한국에 가게 되었잖아.

한국 정부 덕분에 내 꿈을 이루게 돼 기뻐. 한국에 꼭 가고 싶었거든. 그러고 보니 며칠 안 남았네. 한국에서 만나 ~.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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