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칼럼
대선 이전부터 몇 달 동안 희망제작소는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관해 연구해 왔다. 60여일의 준비기간이 새 정부 5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인수위원들을 일일이 인터뷰해서 그 경험을 정리한 책을 출판했고, 정권인수의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경험을 담은 책도 번역해 출판했다. 그리고 지난 12월27일 하루 내내 세미나를 열어 인수위가 성공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에 대해 검토하였다.
이 행사에 이번에 구성된 인수위의 핵심 인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연히 인수위 주요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수위 주요 직위를 가진 한 분은 일정이 도저히 허락되지 않아 참석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고, 인수위의 실세라고 하는 분은 아예 전화가 불통이었다. 그날 역대 인수위의 시행착오가 검토되고 외국의 좋은 인수 사례가 논의되었으며, 인수위 운영에 참고될 좋은 제안들이 이어졌다. 특히 앞선 정부의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인수준비를 하라는 것이 공통된 결론이었다. 결국 희망제작소는 현재의 인수위 위원이 한 명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 행사를 치렀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위의 여러 시행착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보도된 것 중에 몇 가지만 보자.
①요즘 보도되는 인수위의 행태를 보면 마치 오래 전의 국보위가 되살아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인수위원들의 행태는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②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대선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민생활과 밀접한 것 중 설익은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고 인수위의 일부 행태를 비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당과 인수위의 상견례 자리에서 “현황 파악과 정책 준비가 인수위의 핵심 업무이니 확정된 것처럼 업무 발표를 해 법에 없는 정책 결정을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③그동안 인수위가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발표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섣불리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720만명 신용불량자 구제 정책을 발표해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유류세와 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싸고 혼선이 이는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④정부 부처를 바꾼다는 계획이 하루 이틀 만에 ‘왔다갔다’ 하고 있다. 통일부를 없애겠다고 보도됐다가 통일부는 존치되는 것으로 또 보도됐다. 한 개의 정부 부처가 하루 이틀 만에 계속되는지 폐지되는지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지 불안한 느낌마저 있다.
이런 정책혼선과 우왕좌왕은 과거 인수위가 겪은 시행착오였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일부 핵심 위원들이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료로부터 고급 한정식집에서 점심대접을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인수위에 비해 예산과 인력을 20% 절감하겠다”는 말했는데, 어떤 언론보도를 보면, 어느새 인력이 6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단 당선이 되면 “구름위에 날아다니는 기분”이라고 과거의 한 인수위원은 회고한 적이 있다. 이럴 때 좀더 겸허하고 차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인수위의 경험을 참고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새정부 출범 1년은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고 일컫는다. 그 기간의 초기인데도 이런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면 앞으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