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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곽병찬칼럼] 한나라, ‘후보의 문제’ 털고 가자

등록 2007-11-04 18:55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칼럼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다고 해야겠다. 대명천지에 차떼기 대선잔금을 놓고 드잡이하질 않나, 좌시하지 않겠다느니 오만의 극치라느니 진흙탕싸움을 하지 않나. 이런 형국을 두고 ‘꼬시래기(망둥어의 경상도 사투리) 제 살 뜯어먹기’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꼬시래기 수준도 넘어섰다. 한몸에 달린 두 머리가 물고 뜯는 메두사라면 모를까.

그러니 이쯤에서 한나라당은 깨벗고(벌거벗고의 전라도 사투리) 문제의 핵심을 해소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당의 결정이 무력화하고, 당은 특정인의 액세서리로 전락하고,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토대인 정당정치가 해체되는 것이 걱정스런 까닭이다. 나아가 나라를 맡게 될 사람이 범법자로 판명날 것이 두려운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잘 안다. 근본 원인은 ‘후보의 문제’에 있다. 이것이 아니라면 이회창씨는 출마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패거리싸움으로 소일하지도 않을 것이며, 지지자들이 우왕좌왕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후보는 거짓말쟁이이거나 우둔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몰리기 십상이다. 주가 조작의 주체인 비비케이나 마프펀드를 실제로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에 대해 그는 일관되게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그는, 사기꾼이 인감을 멋대로 쓰건 말건, 서명을 도용하건 말건, 정관을 조작하건 말건 손 놓고 있었다. 그래서야 어디 회사 하나 운영할 수 있을까. 반대로 그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그는 순도 100%의 거짓말쟁이다.

물론 거짓말쟁이보다는 우둔한 사람이 낫다. 하지만 대통령으로는 둘 다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한 일이란, 고작 의혹 잡아떼기나 때밀이뿐이었다. 차떼기를 비난하지만, 때밀이도 오십보백보다. 대통령 선거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예비후보론이란 게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의 유고를 가정한 대책이다. 이회창씨 쪽에서 나오긴 했지만, 비난만 할 수 없다. 한나라당 역시 후보 유고 때 선거일을 한 달 연기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해 놓았다. 활력이 넘치고 지지율이 여당보다 무려 30% 이상 앞선 후보가 있음에도, ‘유고’를 염두에 둬야 하다니 참으로 딱하다.

후보의 유고는 사망·질병·사고 등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때, 자의 혹은 타의로 후보직을 사퇴했을 때 발생한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의 건강만 따진다면 이 후보는 걱정할 게 없다. 군 면제 이유였던 기관지 확장증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으로 진행됐다면 모르겠지만, 이 병은 군 면제 이후 기적적으로 완치됐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려되는 건 타의로 그가 후보직에서 물러날 때다. 범죄 혐의가 확인돼 기소되면 당원권과 함께 후보 직위가 정지된다.

경선 과정에서 걸렀어야 할 문제다. 이제 와 대비책을 세우겠다니 참으로 생뚱맞다. 지금은 꼼수를 동원할 게 아니라 문제의 시비를 깨끗하게 가려야 할 때다. 시간도 없다. 당이 들러리가 아니라 정권창출의 중심이라면 방법은 여럿 있겠다. 당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후보가 수사에 성실히 응하며, 여야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이의 없이 수용하기로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번 사안에 관한 한 수사기관은 쉽게 시비를 가릴 수 있을 터이다. 결백하다면 이 후보는 더욱 유력해질 것이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은 새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지지율 1, 2, 3위가 모두 있다. 타이의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사람이 당선돼서도 안 되지만, 이회창씨의 득세로 정당정치가 불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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