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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칼럼] 6자회담의 지구적 의미

등록 2007-02-06 18:43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칼럼
지금 미국 정치권의 핵심 이슈인 이라크 정책 논란의 뒷면에는 이란 문제가 있다. 이라크는 물론이고 중동 전역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새 틀을 짜려면 미국-이란 관계 재정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지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대이란 강경론을 부각시킨다. 그러다 보니 이란 문제가 이라크를 압도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미국-이란 관계는 곧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등을 끌어들여 ‘대이란 방어동맹’을 구축하려 하고, 이란 역시 이슬람권내 지지자를 규합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자신의 행동이 방어적임을 강조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서쪽의 이라크, 동쪽의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전례 없는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 너머 있는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와 무력시위도 드세지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과 대결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에 적대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와 이라크 후세인 정부가 무너지면서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이슬람 시아파 맹주 구실을 강화하고 있다고 본다. 이라크내 시아파 저항세력과 레바논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수니파인 팔레스타인 하마스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혀 온 미국 정부도 이란을 두고서는 꼭 그렇지가 않다.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중동·동북아 정세는 서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나빠져 왔으나 이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중동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민주주의 확산 구상이 실패한 이후 새 틀을 짜기 위한 큰 그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완고한 태도에 있지만, 중동 나라들의 태도 역시 혼란스럽다. 주요 행위자(플레이어)가 누구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채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중구난방 양상이다.

이에 비해 동북아 나라들은 문서로 된 큰그림을 공유한다. 9·19 공동성명이 그것이다. 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까지 규정한 동북아 평화·안정·발전의 밑그림이다. 각 행위자의 구실도 비교적 분명하다. 6자 회담은 참가국들의 암묵적 역할 분담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회담이 어느 정도 진전된 이후에는 그 자체가 동북아의 새 상황에 맞는 안보·협력 주춧돌이 될 것이다.

6자 회담은 중동 문제 해결 방식의 모델로도 유용하다. 회담 성공은 과거 미국·유엔·유럽연합·러시아의 중재와 뒷받침 속에서 이뤄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협상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이라크 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협상에는 이라크와 미국·유엔·유럽연합·러시아에다 이란·사우디·터키·시리아 등도 참여해 이라크를 넘어선 중동 전체의 평화·안보 구조를 다룰 수 있다. 이런 면에서 6자 회담 성공은 지구촌 전체의 평화·안정을 진전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6자 회담은 큰그림을 채울 초기 단계 내용을 확정하고 다음 단계 일정표를 짜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참가국 두루 공동성명이 규정한 ‘상호 존중과 평등 정신’에 충실한다면 성과를 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끈질긴 협상 외엔 다른 길이 없음을 명심할 일이다. 지구촌의 시선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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