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칼럼
우리나라 가구의 40%와 서울시민의 절반은 자기집이 없다. 집값이 오를수록 이들의 계층적 지위는 떨어진다. 한국인 가구 자산의 핵심은 부동산이고, 부동산 값을 좌우하는 것은 아파트다. 한 부동산정보 업체 조사에, 지난 1년 사이 신축 아파트를 제외한 전국 아파트의 총액은 21.8% 올랐다. 오른 가격의 상당 부분은 전월세 인상으로 전가된다.
부동산 소유자 사이의 차이도 심각하다. 서울의 아파트 가구수는 전국의 6분의 1 남짓하지만, 가격으로는 40%가 넘는다. 또 서울 인구의 15%가 사는 강남 세 구의 아파트 가격이 서울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말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국민의 0.3% 가량인 상위 5만 가구가 민간 소유 전국 땅의 22%를 갖고 있다. 가격으로는 전체의 15.5%(196조원)다. 3%인 50만 가구는 민유지 면적의 59.3%, 가격의 43.5%(549조원)를 차지한다. 상위 3%와 나머지 97%의 몫이 비슷한 구조다.
지구촌의 자산 격차는 이보다 더 심하다. 상위 1% 가구가 가진 자산은 전체의 39.9%에 이른다. 5%는 70.6%, 10%가 되면 85.1%로 늘어난다. 66억명의 세계 인구 가운데 90%인 59억4천만명의 자산을 다 합쳐봐야 상위 6억6천만명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하위 50%인 33억명의 자산은 기껏 전체의 1%다. 최근 유엔대학 세계경제개발연구소가 처음으로 계산한 ‘세계 가구 부 분배’ 결과다.(2000년 기준) 그나마 우리나라가 고소득·고자산국에 속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불평등은 지난 10~20년 동안 나라별로도, 전지구적 규모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의 경영전문가 오마에 겐이치는 지금의 일본을 ‘엠(M)자 형 사회’로 표현한다. 가로축을 연간 가구 수입, 세로축을 가구수로 해서 그래프를 그리면 600만엔(4800만원)을 기준으로 좌우가 확연하게 갈라지는 구조가 드러난다. 왼쪽 봉우리에 국민의 80% 정도가 몰려 있는 중하류층 중심의 엠자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인의 90% 이상은 연 수입 4만달러(3800만원) 이하의 월급쟁이나 시간제 근무자라고 한다. 괜찮은 연봉의 중간 관리직이 사라진 모래시계형 일자리 구조가 정착한 것이다. 체감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지난 3분기에 월소득 500만원이 넘는 도시 가구가 지난해보다 1.84%포인트 늘어난 14.56%를 기록한 것도 모래시계 현상의 하나다.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는 18세기 중반에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썼다. 그는 이 논문을 ‘인간 사이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정당화되는가’라는 주제의 현상 공모에 응모했으나 뽑히지 못했다. 주최자인 디종 아카데미는 이성이 득세하던 계몽의 시대에, 불평등 문제 역시 합리적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을 가졌을 법하다. 하지만 루소가 생각한 불평등 원인은 문명 그 자체였고, 그것을 정당화할 자연법은 없었다. 이는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당시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함을 내포했다. 한 세대 뒤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그 연장선에 있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시대의 불평등 또한 문명 자체, 범위를 좁히면 잘못된 체제와 제도에 주된 원인이 있다. 구조화한 불평등은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그 이전에 ‘지금의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미래를 믿는 사람일수록 체제의 취약성을 바로잡는 일에 더 고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