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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한나라당, 집권할 수 있을까

등록 2006-06-07 20:56수정 2006-06-12 11:17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5·31 지방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이른바 ‘묻지마 투표’를 했다.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한나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대안세력’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요즘 사람들의 관심거리는 단연 대통령 선거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과연 집권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집권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가 돌아가며 정권을 잡는 것이 선진국 정치다. 보수 정당의 집권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집권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쉬운 것’도 있지만, ‘어려운 것’도 있다.

‘쉬운 조건’부터 얘기하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가 열렸다.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꿈은 이루어지는가’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때가 때인지라 성황이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뭘 잃어버렸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에는 수구, 부패, 부자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 인사를 영입하고 내부 혁신을 실천하라는 충고도 했다. 홍준표 의원은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며 선진강국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요약하면, 반사이익만으로 집권은 불가능하니, 비전을 제시하고,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말은 쉬운데 실천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조건’은 비정치적이고 본질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훨씬 더 복잡하다. 먼저 지역감정이다. 과거 권력을 잡았던 영남 사람들 중 일부는 ‘선민의식’, 다른 말로 하면 ‘영남 패권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버려야 한다. 1997년 정권이 ‘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넘어간 배경에는 영남의 장기집권에 대한 수도권과 중부권의 거부감도 작용했다. 영남의 권력자들은 ‘타지방’을 무시했고, 특히 ‘호남’은 멸시했다. 술에 취해 아무나 멱살을 잡고 “너 전라도지?”라고 행패를 부리는 버릇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지금도 이른바 영남의 ‘주류’로 정권이 다시 넘어가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꽤 있다.

한나라당은 ‘그 자체’가 집권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정권을 잡은 민정당의 후신이다. 박근혜 대표는 18년 동안 철권통치를 휘두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어떻게 포장을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업보를 다 어떻게 갚을 것인지 궁금하다.

같은 맥락이지만 한나라당에는 이른바 ‘수구 꼴통’이 많다. 유신헌법을 기초했던 사람이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다른 당에는 없는 ‘공안검사’ 출신들이 여럿 있다. 맹목적 친미파가 많고, 사실상 북한 붕괴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복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야당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당내 ‘극우’를 합법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극우는 어쩌면 한나라당의 ‘몸통’인지도 모른다. ‘수족’은 자를 수 있지만 몸통은 자르면 죽는 수가 있다.

박근혜 대표는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심이 무섭다”며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은 너무 기뻐서 그날 밤 집에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요즘 속으로 ‘정권만 잡아봐라. 다 쓸어버린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의심이 많은 건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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