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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칼럼] 저출산의 사회학

등록 2006-05-10 19:49수정 2006-06-12 11:21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칼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여성들 사이의 계층 분화도 뚜렷해진다. 가로축과 좌우를 ‘전업주부 지향’과 ‘직업 지향’으로 놓고, 세로축을 ‘높은 지위 지향’과 ‘현상태 지향’으로 잡아 교차시키면 다섯 가지 유형의 여성집단이 드러난다.(〈하류사회〉, 미우라 아쓰시 지음) 일본 얘기지만 우리도 다를 바 없다.

제1 유형은 높은 지위와 전업주부를 지향하는 집단이다. 웬만큼 사는 집의 여성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집안의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제2 유형은 높은 지위와 직업을 함께 지향하는 유형으로, 대개 고학력 맞벌이 부부를 이룬다.

제3 유형은 그렇게 고학력은 아니지만 나름의 전문기술이나 재능을 지닌 여성들이다. 사회적 지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제4 유형은 학력과 기술 수준이 달려 지위 상승을 꿈꾸기가 어렵다. 안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어서 결혼해 정착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유형은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전통적인 여사무원들이다. 앞의 넷을 모두 약간씩 섞어놓은 듯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08명으로 떨어졌다.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본격적인 한 자녀 시대를 맞은 셈이다. 누가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걸까.

1유형은 별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아이를 못 낳을 수는 있어도 안 낳지는 않는다. 대개 둘 이상을 둔다. 2유형은 아이를 키울 능력은 있으나 자신의 선택을 우선한다. 결혼해 아이를 두지 않으면 딩크족, 아이를 낳으면 여피족이 된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인데 사회가 왜 개입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주로 이들이다.

3유형은 다수가 출산을 바란다. 하지만 생활이 바쁘고 자아 실현 욕구가 강해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다. 음악·만화·연극 등 문화산업과 패션·미용 등 신흥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다. 4유형은 보통 아이를 낳은 뒤 양육을 걱정한다. 수입이 적고 여건도 불안정해 많은 난관에 부닥친다. 5유형은 갈수록 가변성이 커지고 있다. 배우자를 잘 만나면 기꺼이 아기를 갖지만 그렇지 않으면 망설인다. 앞뒤 재다가 혼기를 놓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출산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집단이 이 유형과 3유형이다.

출산과 양육은 고등 동물의 본능이자 특권이다. 수십억년에 걸친 생명체 진화 과정의 정점에 출산과 양육이 있다. 부모가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면서 자식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동물은 사실상 포유류와 조류뿐으로, 전체 동물의 1%가 채 안 된다.

양육이란 힘든 일이다. 어버이 박새는 평균 40초에 한 번꼴로 새끼에게 먹이를 갖다 주고, 남극대륙의 펭귄은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려고 서너달이 걸리는 먼길을 오간다. 그런데 동물들도 양육을 포기할 때가 있다.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놓이거나 먹이가 고갈되는 등 환경이 아주 열악해진 경우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저출산의 사회학은 다양한 유형의 삶이 출산·양육과 왜 어긋나는지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낼 것을 요구한다. 2유형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아직 많지 않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미혼여성의 81.9%와 미혼남성의 85.9%가 ‘2명 이상 자녀를 낳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이 순조롭게 가족을 이뤄 큰 스트레스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출산 장려책이다.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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