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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칼럼] 다가오는 한반도 위기

등록 2006-04-12 21:43수정 2006-06-12 11:19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칼럼
“우리가 양보하면 (조지) 부시 정권내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진다.”

지금 북한의 입장을 이보다 간단하게 나타내기도 어렵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관계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하면 강경파가 주도하는 압박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동북아협력대화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말이다.

“많은 (미국) 관료들의 (대북)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

미국내 분위기를 요약한 이 말이 지난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입에서 나온 건 상징적이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강경파다. 협상파이자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조차 이번 도쿄 모임에서 소극적이었다. 김 부상은 만나기를 원했으나 그는 피했다. 숙소조차 혼자 따로 얻었다.

금융제재 등 대북 압박의 목적이 위폐문제 해결이라면 미국은 지금쯤 타협하는 게 합리적이다. 핵심인 재발방지와 관련해 북한이 협력할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는 지난해 말 북한 관련 계좌를 조사한 결과 불법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규정상의 하자’만 찾아냈다고 한다. 미국은 이 조사를 믿지 못하고 자료를 갖고가 다시 정밀조사 중이다. 압박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까지 제재가 아주 성공적인 것으로 자평한다. 중동 민주화가 벽에 부닥치고 남미 정책도 실패한 터여서 더 의미를 부여할 법하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는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이 힘을 얻는 중이다. ‘근본 해결론’ 또는 ‘종합적 접근’이다. 핵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북한과 관련된 모든 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북한 정권을 굴복시킬 필요가 있다. 결국 체제 변환론의 일종이지만 금융제재, 인권문제 제기 등과 맞물려 구체성을 띤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말한 ‘미묘한 정세 변화’도 이와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금대로라면, 대북 압박의 성패가 분명히 판가름될 때까지다. 단, 그 이전에 반드시 위기가 온다. 우선 압박 효과가 크면 북한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북한 내부 상황은 1기 부시 행정부 때보다 나쁘지 않다. ‘벼랑끝 전술’까지 염두에 둘 때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 미국과 이란이 지루하게 대결하는 모습과 비슷하게 될 것이다. 적대감은 커지고 동북아 정세는 요동을 친다.

미국이 한국에 북한의 돈줄을 죄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개성공단이 문제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사무소장도 최근 “개성공단이 남북 사이에는 희망의 장소이지만 한-미 사이에는 가장 큰 잠재적 갈등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미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본격 제기하는 순간 한-미 관계는 전면적 위기를 맞는다.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 정세를 안정시키고 6자 회담을 재개해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당위다. 열쇠는 기본적 신뢰를 쌓아나가는 데 있다. 미국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북한은 미국이 정권 교체에 골몰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런 생각이 일부 사실이더라도 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양쪽에 설득하는 일은 한국만이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개성공단을 성공으로 이끄는 협력은 좋은 신뢰구축 수단이 될 것이다.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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