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타임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일으킨 개인, 단체 등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데, 대중예술인이 자신의 본업만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등이었다. 타임은 “(스위프트가) 예술과 상업적 측면에서 핵융합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악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가수다. 2010년, 2016년, 2021년 세차례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고, 12개 음반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여성 최초로 월간 청취자 수 1억명을 돌파했고, 전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달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10관왕을 차지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53%)이 그의 팬이라는 조사도 있다. 2006년 데뷔 이래 줄곧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올해는 유독 ‘스위프트 현상’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중심엔 지난 3월 시작한 순회공연 ‘디 에라스 투어’가 있다.
스위프트는 올해 60여차례 공연에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였다. 팝스타 공연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연 매출뿐 아니라,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호텔·식당 등의 매출도 덩달아 급증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했다. 콘서트 영화, 기획상품 등 연관 산업도 활황을 누리고 있다. 스위프트 공연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43억~57억달러(약 5조6000억~7조4000억원) 정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나온 배경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도 낯설지 않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출연하는 광고 상품은 치킨·피자·정수기·의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대박’을 기록한다. 2020년 위기를 겪던 쌍용자동차는 임영웅을 신차 올 뉴 렉스턴의 광고 모델로 선정한 뒤 판매량 급증으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광고한 정수기 겸 커피메이커는 1년 만에 매출이 3배로 뛰었다. 임영웅이 파생한 경제효과를 ‘히어로노믹스’(영웅+이코노믹스)로 부르기도 한다. 팬덤이 문화적 현상을 넘어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팬덤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최혜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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