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2023년 10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AMC 더 그로브 14에서 진행된 콘서트 실황을 다룬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시사회에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적 세계관을 탐구하는 강의가 개설돼 화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하버드대에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녀의 세계’라는 제목의 강의가 개설돼 내년 봄 학기에 열릴 예정이며, 이미 300명 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이 강의를 개설한 주인공은 슈테파니 버트 영문학과 교수다. 1971년생으로 예일대에서 영문학 박사를 딴 버트 교수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생물학적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마치고,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하버드대 누리집에 올라온 강의 계획서 요약본을 보면, 이 수업은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와 그를 둘러싼 팬덤을 깊이 탐구하는 걸 목표로 한다. 스위프트의 히트곡뿐 아니라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앨범 속 수록곡과 앨범에서 빠진 노래까지 살펴본다. 작사·작곡을 시 낭송이나 묵독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간주하고 탐구하기 위해서다.
팬들이 그의 노래를 소비하는 방식 등 팬 문화와 셀럽 문화도 들여다본다. 스위프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백인·미국 남부 문화라는 맥락과 퀴어 서브텍스트(텍스트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이나 느낌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스위프트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도 배운다.
지난달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더 에라스 투어’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버트 교수는 “매주 스위프트의 노래와 윌라 캐더, 제임스 웰든 존슨, 윌리엄 워즈워스 등이 쓴 작품을 함께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총 3편의 에세이를 쓰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반드시 스위프트와 관련한 주제를 다뤄야 하며, 다른 하나는 반드시 수업에서 다룬 다른 작품에 대해 써야 한다.
버트 교수는 “이 수업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중심이지만, 영문학과에서 오랫동안 가르쳐온 존경받는 작가들의 작품 또한 충분히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작품 역시 당시에는 진지하게 배울 가치가 없는 대중문화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낯설고 난해한 옛 문학 작품을 가르치는 하나의 방법은 이미 익숙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현재의 대중문화와 옛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버트 교수는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트위터(엑스)를 통해 특강을 부탁해두긴 했지만 그녀가 바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만약 강의실에 잠깐 들르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대와 텍사스대, 스탠포드대, 아리조나주립대에도 스위프트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강의가 개설됐다고 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