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등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1988년은 인류의 기후변화 투쟁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시점 중 하나이다. 그해 6월23일, 미국 워싱턴의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 상원 위원회는 온실가스 효과와 전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였다.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은 기후모델 분석을 바탕으로 온난화는 확실한 추세이며, 향후 30년간 기온이 0.6℃에서 1.5℃ 상승할 것이라 증언했다. 이 발언이 미국 전역에 보도되자 기후변화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차원의 어젠다로 떠올랐다.
같은 해 11월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를 설립하였다. IPCC는 오늘날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이 보고서들은 국제협상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기상이변과 재해 위험관리에 관한 가이드로서 역할을 해왔다.
1992년 6월, 세계 정상들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1994년에 발효되어, 1995년 베를린 총회를 시작으로 매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열리고 있다. 1997년 COP3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이는 우리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를 이룬 최초의 이정표이다. 2015년 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하여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다.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 완화 목표인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 상태의 도달을 촉구하였다. 이 합의는 세계 각 나라들에 과거부터 미래에 걸친 기후변화 원인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최초의 합의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올해 2023년도 주목할 만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인간활동이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명백하다”라고 표현했다. 1990년 1차 보고서가 발표된 후 30여년간 지구의 기후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온 결과이다. 그리고 11월30일부터 12월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두주에 걸쳐 28번째 당사국총회가 개최되었다. COP28에서는 에너지시스템에서 화석연료를 “멀리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 대한 합의가 최초로 이루어졌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속도를 두배로 증가시키겠다는 글로벌 목표가 포함됐다.
또 하나 커다란 진전은 지난해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의결되었던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를 필두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1억달러를 약속하고 영국, 미국, 일본 또한 적지 않은 금액을 약속했다.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896년 “대기 중 탄산이 지상의 온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온을 올릴 수 있음을 계산한 최초의 연구로서 후대 기후변화 연구의 초석이 된다.
그 뒤 한세기를 뛰어넘어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음을 밝혀냈으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우리는 분명히 그리고 꾸준하게 나아가고 있다. 화석연료의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을 지켜내지 못했고, 산유국의 로비장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전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똑바로 바라봐줘야 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고래를 춤추게 할 칭찬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