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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가자지구의 참상

등록 2023-12-10 18:30수정 2023-12-11 02:40

지난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10월7일 공격 시점으로부터 1년 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가르는 보안 장벽을 파괴하는 자세한 계획을 담은 40쪽짜리 문서를 입수했다. 이는 정보기관과 군에서 널리 회람됐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7월 하마스가 이 문서 내용과 흡사한 내용의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정보 분석관의 경고도 무시했다. 공격 이틀 전 이스라엘군 특공대는 가자지구 경계로부터 서안지구 쪽으로 재배치됐다.

이렇게 엄청난 뉴스도 자신과 자신의 극우 정책만이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우겨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의 계획을 저지하지 못해 이스라엘인 수천명을 위험에 빠뜨렸다. 10월7일에는 공격 대응에 꾸물거렸다. 그 뒤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 목숨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네타냐후가 10월7일 전에 그나마 지녔던 인기는 거의 사라졌다. 11월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인들의 4%만이 그들의 총리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 공격에 관해서도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로 두달 동안 팔레스타인인 1만7천명 이상이 숨지고 6천명이 실종됐다. 사망자의 거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규모는 이미 10월7일에 숨진 이스라엘인 수(1200여명)의 10배 이상이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많은 것은 무엇보다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은 소량의 구호품 반입을 제외하고는 가자지구를 봉쇄해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자발리야 난민촌 한 곳에서만 10만명이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공격이 가해지는 지역을 떠나라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의 작전 범위가 확장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도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네타냐후를 “가자의 도살자”로 부르면서 그가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와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네타냐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10월7일에 저지른 살인 행위들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한 국가로서 그 행위에 대해 상당히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국제형사재판소 규약 가입국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이 2015년에 가입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이스라엘이 한 행위는 기소가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안보를 위해 하마스라는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차별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의 새 세대를 과격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87%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부패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가자지구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며 유엔 헌장 제99조를 발동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네타냐후 정부는 공격 지속으로 잃을 게 없다.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없다. 한편으로는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하마스 파괴 시도를 지지한다. 비록 미국 의원들 일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에 조건을 달라고 요구하고, 미국 유대교 회당과 유대인 단체 수백곳이 바이든 행정부에 휴전 지지를 촉구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를 버리겠다는 신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필사적인 하마스와 단호한 이스라엘군의 중간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지금의 위기에 대한 어떤 해법이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의사 결정의 중심에 둬야 한다. 그들에게는 피해자 신분을 벗어나 자신들 삶의 설계자가 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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