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 사이에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이다. 심박수 챌린지는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 ‘서울의 봄’이 개봉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일종의 ‘놀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에서 보듯 ‘서울의 봄’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임에도 답답함과 분노가 치미는데, 이때 증가하는 자신의 심박수가 기록된 스마트워치나 애플리케이션 기록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공유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지수 역대급” “황정민(극 중 전두광, 전두환 역할) 얼굴만 봐도 심박수 급증” 등 솔직한 소감은 덤이다. 관람 횟수에 따라 변하는 최대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해 엔(N)차 관람에 나서는 관객도 많다고 한다. “엠제트(MZ) 세대가 현대사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심박수는 단위 시간(분)당 심장 박동수를 말한다. 동맥이 있는 어느 위치든 검지·중지로 표면을 살짝 누르면 쉽게 측정할 수 있다. 20~60대 성인의 정상 심박수는 약 60~100bpm으로, 운동 등 활동을 할 때는 100~140bpm까지 빨라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심박수는 심장·순환체계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기본 지표 중 하나다. 심박수가 60회 이하면 ‘서맥’, 100회 이상이면 ‘빈맥’으로 분류되는데 심부전, 고혈압, 갑상선 이상 등 다양한 질병의 전조일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져 심박수가 급증한다.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 인증샷이 170bpm을 넘은 사람도 있는 걸 보니, 부끄러운 역사가 엠제트 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질병 이상인 셈이다.
사실 구태여 챌린지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국민의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 치솟은 금리, 제자리걸음인 월급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뉴스만 봐도 심박수가 급증한다. 유행가 가사를 빌리자면 “물가지수에 내 심장은 120bpm~ 은행 금리에 내 심장은 180bpm~”이랄까. 최근엔 정부·기업이 사력을 다했다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고작 29표밖에 못 얻은 현실에 심박수가 급증했다는 사람도 많다.
영화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는 그나마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노의 힘을 승화시켜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는 2030이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 등 다른 요인 탓에 날뛰는 심박수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의문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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