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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샘 올트먼 퇴출 소동과 사다리 걷어차기

등록 2023-11-22 16:56수정 2023-11-23 11:15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했다는 점에서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CEO)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곤 하는데, 비슷한 점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대학을 중퇴했고, 채식주의자이며, 엔지니어가 아니라 사업가이자 투자가라는 점이다. 올트먼의 “어린 시절 우상”이 스티브 잡스였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서 회사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다는 점도 잡스와 닮았다. 오픈에이아이 이사회의 올트먼 퇴출 소동도 신규 투자 유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은 지피티(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성공하려면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2015년 오픈에이아이 창립 이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에스에프(SF)의 대가 필립 케이 딕의 소설을 영화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착용하는 안경처럼 질문을 알아듣고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가상 비서를 만들 계획이었다.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이라고 부르는 이 능동적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아이폰과 맥북에어’의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에게 손을 내민 것도 잡스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억달러를 대기로 했다. 올트먼이 투자자들을 만나러 중동으로 날아간 시점이 지난 9월 말이었다.

최근 올트먼은 오픈에이아이 직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공개매수 제안’을 위한 자금 조달도 추진했다. 기업 가치가 800억달러(약 103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6개월 전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절대다수의 직원들이 이번 사태에서 올트먼을 지지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돈이 아니었을까.

이사회에서 올트먼을 몰아낸 주역인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에이아이 공동창립자는 이미 이달 초 올트먼의 행보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비영리법인 이사회를 통해 오픈에이아이를 지배하도록 설계한 이유가 인공지능의 안전한 발전을 위해서였는데 올트먼의 공격적인 상업화로 설립 취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였다.

수츠케버는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의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딥러닝’을 개발해 4400만달러(약 570억원)를 받고 구글에 팔았다. 힌턴은 올해 5월 구글에서 나온 뒤 에이아이의 위험성을 설파하는 종말론자가 되었다. 인공지능계의 오펜하이머인 셈이다.

오픈에이아이 직원들이 보기에 수츠케버와 힌턴은 이미 한 번씩 큰돈을 만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의 안전한 발전’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느꼈을 것이다. 올트먼을 비롯한 에이아이업계의 거물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규제 기구를 만들자고 주창하고 있는데, 후발 국가들은 이 또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류는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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