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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TK, ‘70대 이상’이 지키는 ‘차분한’ 대통령 [권태호 칼럼]

등록 2023-10-18 19:31수정 2023-10-19 08:50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선 “‘수십년 관료 생활을 한 내가 더 전문가니까 외부에서 가타부타 안 해도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들은 말이 아니고, 한 말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차분하게’ 지나치거나, 아랫사람만 ‘딱딱’ 책임질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대통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 동질 비교는 곤란하다. 다만 흐름은 읽힌다.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6~7일과 지난주(10월10~1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와 윤 대통령 지지율을 비교하면, 49% 대 33%다. 대선 전 지지층 3분의 1(-16%포인트)이 떨어져 나갔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가 50%에서 30%로 하락 정도가 가장 깊다. 대구·경북이 유일하게 과반(58%, 2022년 62%)을 유지하고 하락 폭도 4%포인트에 불과해 ‘마지막’ 보루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연령별로는 20대, 30대가 각각 40%, 42%에서 16%, 21%로, 절반 이상이 돌아섰다. ‘70대 이상’만 유일하게 과반(58%) 지지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취임 1년여 만에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추락한 경우는 없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보수언론들의 사설·칼럼은 연일 대통령을 향해 ‘스타일을 바꾸라’며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오류는 수정해도,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보수언론의 지적은 크게 세가지다. △쓴소리하는 사람을 곁에 두라 △소통하라 △민생 돌보라 등이다. 윤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며, 그러지 않는 사람은 계속 솎아낸다. 그러니 이젠 쓴소리할 사람은 그 곁에 가지 않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주자 시절, 애초 선두주자는 박근혜였다. 이명박 후보는 정치 경험도, 조직도, 뚜렷한 정치적 지향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 여의도 주변에선 이 후보 캠프로 모이는 이들을 ‘벤처 투자자’라 불렀다. 대신 후보 시절에는 캠프 분위기가 실용·탈권위적이었기에 편하게 말하곤 했다. 그랬던 이명박도 대통령이 되고 나니 벽이 높고 두터워졌다. 지금 윤 대통령 주변은 ‘안전자산 투자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도, ‘용산’ 참모들 공천 이야기만 자가발전식으로 숱하게 들린다. 그중 수도권 ‘험지’로 나간다는 이야기도 없다.

두번째로, 검찰 출신에게 소통을 기대하긴 힘들다. 검사는 죄상을 파헤쳐 정의를 찾는 사람들이다. 늘 죄인들을 봤고, 사람 말을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 그리고 변호사와 싸워 이겨야 한다. 지금 ‘부장검사’ 윤 대통령이 ‘수사검사’ 장관들에게 주문하는 것 아닌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답변 태도는 법정 다툼을 보는 듯하다. 야당 의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단순 답변에도 말려들지 않겠다는 듯 말을 뒤틀고, 오히려 반격을 가한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국회 답변을 하는 장관은 없었다. 대통령이 “싸우라”고 북을 치니, 이젠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너도나도 따라 한다. 어떻게 소통이 되겠는가. 그 강직한 ‘소신’은 왜 꼭 야당 의원 앞에서만 펼치는가.

마지막으로 민생. 5살 취학연령 소동, 수능 킬러문항 파동에 이어 의대 증원 문제를 봐도 매무새가 거칠고 서툴다. 의대 정원 증가는 문재인 정부 때 시도했으나, 의사단체들의 집단반발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고, 그래서 지지한다. 그런데 강서구청장 선거 직후 불쑥 불거졌다. 대선 공약, 국정과제 중 하나였는데 그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500명, 1천명, 3천명 등 무슨 베팅하듯, 흥정하듯 미확인 수치만 나돈다. 그러다 의사단체의 반발이 심해지자 또 머뭇거린다. 의대 정원 확대는 보수정당으로선 더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정교하고 주도면밀하게 액션플랜을 짜야 한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그래도 이념 아닌 민생 이슈로 논란을 빚지 않느냐’고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기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지난해 대선 다음날(3월10일) ‘윤석열에게 투표한 이유’를 물은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답변이 ‘정권 교체’(39%·2개 자유응답)였고, 이어 ‘상대 후보가 싫어서’(17%)였다. 후보 개인 요소인 ‘신뢰감’(15%), ‘공정’(13%)은 그다음이었다. 지난주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에서 ‘신뢰감’은 1%, ‘공정’도 1%였다. 그사이 윤 대통령이 바뀐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 뒤인 지난 13일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선 위원들을 향해 “‘수십년 관료 생활을 한 내가 더 전문가니까 외부에서 가타부타 안 해도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들은 말이 아니고, 한 말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차분하게’ 지나치거나, 아랫사람만 ‘딱딱’ 책임질 것 같다.

논설위원실장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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