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결승전이었다. 역전 우승을 일군 순간 국내 생중계 시청 인구는 1122만명이었다고 한다. 항저우 황룽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도 우레와 같은 박수로 축하해주었다.
한일전 승리의 기쁨에 더해,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대상이 됐다.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준 이강인은 “홀가분하냐?”는 질문에, “(병역특례를)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속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이강인의 금메달 획득을 반긴 것은 한층 높아진 그의 시장가치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국위 선양이라는 명목으로 병역특례 적용을 받게 된 것은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다. 지금은 올림픽 1~3위,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 선수의 폭이 제한돼 있지만, 한때는 청소년대회 입상만으로 입영이 면제되도록 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혜택을 받았다.
50년이 지난 이즈음에는 이 법률의 효용이 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포츠 국제대회에서의 성취를 병역과 ‘교환’한다는 발상이 맞지 않고, 종목별로 선수층과 경쟁 수준의 차이가 있음에도 금메달을 따면 동일하게 특례법이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중문화 등 스포츠 영역 밖에서의 형평성 요구 등도 거세지고 있다.
특례 대상 선수의 대체복무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진 사례도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활약한 수비수 장현수는 “가장 부지런하고 희생적인 선수”(신태용 감독)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봉사활동 허위 기재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
개선책은 다양한데, 30대 중반까지 입영을 연기해주는 방안은 솔깃하게 들린다. 선수의 전성기 활약을 보장해주는 대신 늦게라도 병역을 마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선수는 ‘무조건 군대 간다’는 사회의 최소윤리 요구를 지킬 수 있어 떳떳하고, 국가는 국민에게 즐거움을 안긴 선수들을 원칙의 훼손 없이 배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다른 나라의 사회인야구팀에 맞서 프로 정예를 내보내거나,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제도를 설계한 국가가 시대 흐름을 고려해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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