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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 자동차노조 파업, 새 변화의 균열인가

등록 2023-09-28 09:01수정 2023-09-28 10:56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돌입을 알리는 행진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FP 연합뉴스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돌입을 알리는 행진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FP 연합뉴스

 |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9월15일 시작된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파업이 두주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내 3대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와 단체협상을 진행하던 UAW는 협상이 난항을 빚자 역사상 최초로 3대 업체 동시파업을 단행했다. UAW 조합원 39만명 중 14만5천명에 달하는 3대 업체 소속 조합원들이 집행부 지침에 따라 지부마다 돌아가며 조업과 파업을 반복하는 새로운 방식의 투쟁을 펼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이어지던 파업 물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제까지는 주로 스타벅스나 아마존 같은 서비스산업 부문과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조합이 새롭게 활발히 조직되며 파업이 빈발했다. 올해 5월에는 전미작가길드가 인공지능 사용에 따른 노동권 침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파업에 나섰다. 이제 이런 파업 물결에 미국 제조업의 기둥인 자동차산업 노동자들까지 동참한 것이다.

UAW는 창립 1년만인 1936년 감행한 GM 플린트공장 점거파업을 통해 미국사, 아니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이 투쟁이 있고서야 뉴딜은 복지국가 시대를 여는 본격적 사회개혁의 내용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UAW의 이런 역사적 후광은 신자유주의 시기 들어 급격히 빛이 바래고 말았다. 레이건 시대에 3대 완성차업체가 펼친 정리해고 공세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이후 UAW는 한동안 노동운동의 ‘필연적’ 쇠퇴를 상징하는 사례 취급을 받았다.

급기야 2020년 UAW 집행부의 오랜 부패 관행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개혁파가 현장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모처럼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위원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총투표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첫 위원장 직선제가 실시됐는데, 스텔란티스의 전기공이며 개혁파 소속인 숀 페인이 당선됐다. 페인 후보의 주된 공약은 노동조합 내 부패 근절, 양보교섭 중단, 노동자 내부의 차별 철폐였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3대 완성차업체와 벌인 협상에서 UAW는 우선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향후 4년(단체협약 유효기간)간 임금을 약 40%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40% 인상안이 과도해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지난 4년 동안에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30% 하락했지만, 최고경영자(CEO) 수입은 오히려 40% 상승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단지 신자유주의 시기에 굳어진 빈익빈부익부의 철칙을 이제는 끊으려는 것뿐이다. 이밖에도 UAW는 2008년 금융위기 중에 폐지한 각종 수당의 복원, 주 32시간 노동 그리고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용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UAW 파업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지만, 이런 투쟁이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세계 노동운동은 중국의 개방 등으로 인한 전 지구적 노동시장 경쟁 격화와 이에 따른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 노동조합들의 양보교섭에 의해 크게 제약받았다. 그러나 이제 이 단단한 제약조건에 선명한 변화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UAW 파업이 한국 노동운동에 결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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