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한반도는 해방을 맞았으나 곧바로 두동강 나고 말았다. 미군과 소련군이 분할 통치를 위해 북위 38도 위선 기준으로 경계선을 그어버렸기 때문이다. 삼팔선이다. 남북한 정부 수립 이후에도 유효했던 삼팔선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무효화됐다. 3년간의 전쟁 끝에 다시 경계선이 그어졌다. 휴전선(군사분계선)이다. 새로운 구역도 생겼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각 2㎞씩 물러나 너비 4㎞ 구역 내 군사 활동을 금지한 비무장지대(DMZ)다. 이름과 달리 남북 모두 군사 기지를 설치해 감시 활동과 첩보전을 벌이고, 대북·대남 방송도 한다. 지뢰가 지천으로 깔렸고, 무력 충돌도 종종 벌어진다.
비무장지대는 평화 기원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노래하려는 까닭이다. 마이클 잭슨은 1999년 내한공연을 했는데, 애초 비무장지대에서 하려 했으나 안전 문제로 불발됐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2015년 첫 내한공연 당시 비무장지대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2019년 첫 내한공연을 한 밴드 유투(U2)도 비무장지대 공연을 염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음악 축제도 생겼다. 해마다 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에서 열리는 ‘디엠제트(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다.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원년 멤버 글렌 매틀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출신 존 케일 등 국내외 많은 음악인이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 2~3일 열린 올해 축제도 마찬가지다. 첫날 무대에 오른 국내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는 롤링 스톤스의 ‘페인트 잇 블랙’을 불렀다.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노래로 알려졌으며 베트남전 참상을 그린 미국 드라마 ‘머나먼 정글’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철원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사라지길 기도하는 주문처럼 들렸다.
이뿐 아니다. 9월에만도 미술 전시 ‘디엠제트 전시: 체크포인트’, ‘투르 드 디엠제트 국제자전거대회’, ‘디엠제트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평화의 길 524㎞를 횡단하는 ‘디엠제트 자유·평화 대장정’ 등이 줄줄이 열린다. 각기 내용은 달라도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요즘 홍범도 장군 흉상을 둘러싸고 철 지난 반공 타령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고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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