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이 지난 17일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른 유관 기관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중국이 6년 넘게 닫았던 한국 단체관광 빗장을 풀면서 관광·여행업계는 물론 자치단체도 특수 기대감에 술렁인다. 중국 관광객 ‘유커’ 맞춤 상품을 개발하는가 하면 중국 현지 관광·여행 업체,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나 팸투어(초청 홍보 여행)를 잇따라 계획하고 있다.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저가·저품질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한 경계도 나온다.
■ 10만명, 국경절을 잡아라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음달 말부터 10월 첫주 주말까지 이어지는 중추절(9월29~30일)·국경절(10월1~6일) 특수에 촉각을 세운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국경절 연휴 때 17만308명, 2016년 19만1327명 등 20만명 가까이 중국인이 입국했지만, 사드 배치 파동 뒤인 2017년 국경절 연휴 때엔 8만7470명으로 급감했다. 국경절 연휴 기간 추가로 늘어날 중국인 관광객을 10만명 정도로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등은 국경절 연휴를 앞둔 다음달 13일 베이징, 15일 상하이에서 ‘한-중 기업 간 거래(B2B) 상담회’를 열고, 16~17일엔 상하이 환추강 쇼핑몰에서 케이(K) 뷰티와 패션·쇼핑·음식 관광을 소개한다. 이 행사엔 경기·부산·대구·강원·전북·충북·경남 등 전국 곳곳의 자치단체가 참여해 유커 유치전을 벌일 계획이다.
■ MZ세대·먹방·DMZ…이색 상품 봇물
자치단체들은 중국 관광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색 상품을 잇따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맞춤형 중국 마케팅을 강화한다. 여행 때 씀씀이가 큰 엠제트(MZ)세대를 대상으로 체험 상품을 홍보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 도시, 서울’을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할 참이다. 중화권 특화 사회관계망 ‘웨이보’,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 등을 통해 젊은 층에게 서울 여행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대구는 중화권 사회관계망을 통해 대구의 먹거리를 담은 ‘대구 10미’를 소개하고, 대구의 이색 카페를 홍보하는 ‘먹방 투어’로 유커의 눈길을 끌 계획이다. 대구는 치맥 페스티벌,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 등 지역 축제도 띄우고 있다.
경기는 비무장지대(DMZ) 여행, 한류 특화 상품 체험 등 개별여행(FIT)·특수목적관광(SIT) 상품을 개발해 중화권 온라인 플랫폼 ‘한유망’ 등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전북은 한옥·한복·한식·태권도 등 한류 자원을 활용한 중국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고, 부산은 유커에게 부산 여행이용권인 ‘비짓 부산 패스’를 20% 할인한다. 부산은 국외송출여행사, 수도권여행사 등에 인센티브 7억원을 제공해 유커 등 1만5천명을 유치하는 계획도 세웠다.
충북도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에 숙박비(1인 1박 3만5천원), 버스 임차료(1대당 30만원), 문화체험비(1인 1만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 오버투어리즘 경계
대규모 저가 관광, 주민과 갈등을 불러오는 ‘오버투어리즘’ 등을 경계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관광 상품 인증제, 서울형 표준계약서 마련, 관광 옴부즈맨 운영 등 대중국 관광 품질, 시장 관리에 나설 참이다. 서울 구마다 특색 콘텐츠를 개발해 명동 등 사대문 안에 집중된 관광을 분산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커의 숙소 문제 해결을 위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화양초교 등 서울시내 폐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저품질·저가 관광이 만연하면 시장 질서 교란, 특정 지역 집중,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주민 불편, 민원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집중하기보다 분산하고, 현지 생활을 체험하는 식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강원은 지역 특성을 살린 산림, 겨울 스포츠 등 체류형 관광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충남은 중국 산둥·산시·안후이성, 내몽골 등 청소년·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문화 탐방 체험 행사에 케이팝·연기 등을 결합한 융합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은정 강원도 해외관광팀장은 “저가 관광 상품을 지양하고,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구원 청주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지역 경기를 활성화할 뚜렷한 호재가 없던 상황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재개는 침체된 지역 경기를 되살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초창기에 다녀간 이들에게 심어줄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체류 기간 동안 이들에게 제공할 숙박과 음식, 쇼핑, 문화상품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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