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아돌프 히틀러 (1889~1945)
1939년 독일 경제는 위기가 코앞이었다. 히틀러의 승부수는 폴란드 침공. 영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였다. 그해 3월31일 영국은 폴란드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히틀러는 영국이 참전하지 않기를 바랐다. 또 하나의 변수는 소련. 폴란드 땅에서 소련과 독일이 전쟁하게 될지 몰랐다. 그런데 그해 3월부터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독일과 관계를 개선할 뜻을 넌지시 비추었다. 그해 여름, 독일과 소련은 세상 몰래 물밑 협상을 한다.
6~8월 히틀러는 베를린 집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독일 곳곳으로 음악회를 찾아다녔다. 장관들도 잘 안 만났다. “전운이 감돌던 상황에 베를린을 비운 것은 나치 체제가 제대로 된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역사가 이언 커쇼는 지적했다. 이러면서도 히틀러는 여론 조작은 꼼꼼하게 챙겼다. 나치 간부 알베르트 포르스터를 여러 번 만나, 폴란드 땅에 사는 독일 사람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게 했다.
8월24일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이때부터 히틀러는 갈팡질팡한다. “공격 명령을 내려놓고도 영국이 참전하고 이탈리아가 참전하지 않겠다니까 8월25일 저녁 명령을 뒤집었다. 8월31일에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공격 명령을 한다. 그러다가 9월3일 영국과 프랑스가 선전포고하니 드디어 난감해한다.” 외교관이던 에른스트 폰 바이츠제커는 회고했다. 독일은 9월1일 폴란드를 침공한다.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다. 이틀 뒤 영국의 선전포고에 히틀러는 성을 냈다고 한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전쟁이 터진 뒤 경찰과 나치 친위대가 폴란드 땅에 들어가 민간인을 함부로 죽였다. 독일 장군들은 관련자를 군사재판에 세웠다. 그런데 10월4일에 히틀러는 이들을 사면했다. ‘인종청소’를 하라는 비밀 지시를 장군들 몰래 내렸던 것이다.
10월 어느 날 히틀러는, 독일의 정신질환자와 장애인을 사람들 몰래 안락사시키라는 문서에 서명한다. 비밀 명령서 날짜가 전쟁을 시작한 9월1일로 돼 있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김태권 만화가